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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양혜규, 英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에서 대규모 개인전 '이상한 끌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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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양혜규 '소리 나는 중간 유형-미분 방정식 셋' (2020) /사진=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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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양혜규 작가가 영국 콘월에 위치한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에서 대규모 개인전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s)'를 연다.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는 테이트 미술관의 분관 중 하나로 이번 개인전은 지금까지 양혜규가 영국에서 선보인 전시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전시의 제목인 '이상한 끌개'는 나비효과와도 연계되는 수학적 개념으로 혼돈의 성질을 지닌 자연 생태계의 복잡한 역학을 지시한다. 이 이론을 시발점으로 삼은 이번 개인전에서 양혜규는 기이하고 이질적으로 보이는 다양한 사상, 문화, 시대가 다채롭게 공존하는 환경을 구성한다. 전시는 거칠지만 아름다운 해안 풍광을 내다볼 수 있는 구관 전시장과 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는 신관의 공간을 모두 아우르며 펼쳐진다. 이러한 규모와 구성의 현대미술 전시는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에서도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다.

양혜규는 이번 전시에서 세인트 아이브스라는 지역의 역사와 모더니즘 미술과의 관계성을 가시화하는 데 세 명의 작가를 소환한다. 새롭게 공개되는 조각군 '소리 나는 중간 유형-미분 방정식 셋'은 세인트 아이브스 지역과 각자 다르게 관계 맺으며 활동한 바바라 헵워스, 나움 가보, 리 유안 치아, 양혜규의 역사적 혹은 가상의 만남을 상정한다. 영국 콘월의 자연 풍경과 풍부한 고고학적 유산 역시 작가에게 주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전통적인 종교적 상징물을 십자수로 새겨 장식하는 교회의 '무릎 방석'을 변주한 '세상 방석-푹신한 X'를 통해서 작가는 고유한 방식으로 신성과 세속성에 대한 탐구를 추상화한다. 미술관 구관에 위치한 반원 형태의 전시장에서는 두 겹의 반투명 천이 바다를 마주한 곡선 유리벽 전면을 덮는다. 공기의 흐름에 따라 부드럽게 움직이며 어른거리는 천의 빛깔은 창 너머의 바다와 어우러지는데 이러한 물결 현상은 빨래건조대로 제작된 조각군 '비非-접힐 수 없는 것들, 누드'를 청록빛으로 물들인다.

미술관 신관의 공간은 삼각형 벽체 구조물들로 구획되는데 그 벽에는 필리핀 전통 직물에서 유래한 '돌개바람' 문양을 표현하는 패널이 부착된다. 기하학적 무늬를 완성하는 이 패널 사이로 관람객의 시야가 구조물 너머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전시장 전체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이 삼각 벽체를 따라 중앙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통로에는 놋쇠와 니켈로 도금한 방울로 구체의 표면을 뒤덮은 '소리 나는 반달'이 위치한다. 미술관 건축의 일부인 기존 벽면은 벽지 작품을 도배하거나 특정한 패턴으로 문손잡이를 설치하여 벽 전체를 채우거나 아예 텅 비우는 등 각기 다른 세 가지 방식으로 분절된다. 별도의 처리를 하지 않은 빈 벽면에는 종이 콜라주 연작 '신용양호자들'이 자리하고 파노라마적 화면을 자랑하는 벽지 작업 '비非-선형적 비非-주기적 역학' 위에는 소형 평면작업 '래커 회화'가 걸려 있다. 또한 대형 조각 '반사성 금속 입체파 무도회 가면'과 불특정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중간 유형' 연작, '소리 나는 중간 유형' 연작이 모여 기하학, 추상, 모더니즘의 여파에 대해 고찰한다.

이번 전시는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 관장 앤 발로우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자일스 잭슨과 함께 기획했으며 전시와 연계해 도록이 발간될 예정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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