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DB=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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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공공ㆍ청년 일자리 57만5000개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공언이 허언(虛言)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28일 일자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창출하겠다고 밝힌 일자리 목표 57만5000개 중 62%(35만4000개)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특히 이 중 민간 일자리는 목표치의 10%밖에 이루지 못했다. 청년 디지털 일자리, 일 경험 지원 등 민간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해 총 16만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채용은 11%(1만8000명)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각종 매체를 동원해 홍보를 벌였음에도 정부 사업에 대한 민간의 반응은 싸늘했다. 추경은 올해 안에 집행해야 하는 돈이다. 1조원 넘는 예산이 쓰이지 못하고 불용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 일자리 사업은 애초부터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6개월 미만의 단기 알바여서 세간의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이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추경 사업 현황 발표를 통해 적어도 '민간기업은 이런 식의 고용 지원책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일자리 수요 예측이 틀렸을 뿐 아니라 단기 일자리가 고용 위기 대응 해법이 될 순 없다는 점도 확인됐다. 국민 혈세로 만드는 단기 일자리는 취업자 수를 늘리기 위한 꼼수라는 인식이 이미 파다하다.
추경으로 민간 일자리를 대거 만들겠다는 정부 계획은 사실상 실패했지만, 일자리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기회로 삼을 순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변화하는 고용 환경에 대응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추경 사업이 민간의 외면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자리 지원 사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거나 체감되지 않을 때, 혹은 부정한 목적으로 악용될 때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떨어진다. 단순히 '현금 살포식' 지원보다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인재 육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세금 만능주의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청년 구직자가 정부에 원하는 것은 '일자리 ○○만개 창출' 식의 요란한 구호가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일한 만큼 보상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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