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정치인 의혹도 같은 방식 보고"
"패싱이란 말은 애당초 성립 안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 앞서 고기영 차관(왼쪽), 심재철 검찰국장(가운데)과 대화를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6일 열린 국회 법사위 종합감사에서 “라임 사건 관련 여야 정치인에 대해 차별적인 수사가 진행됐다”며 “대검 반부패부에 야당 정치인 관련 내용은 제때 보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당시) 남부지검장, (윤석열) 총장이 대면보고로 끝냈다면 이 사건은 경우에 따라 은폐·매장이 가능해 검찰 업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동조했다. 직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인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도 같은 취지의 답변을 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와 법조계에선 “검찰 특별수사에 대한 몰이해, 보고 라인과 결재 라인을 착각한 주장”이라며 “그런 점을 충분히 알고 있을 심재철 검찰국장까지 가세한 것은 보기가 좋지 않다”는 말이 나왔다. 한 법조인은 “'반부패부 패싱'이라는 주장이 애당초 성립하지 않을뿐더러 여당 의원들이 자신들 주장의 근거로 삼은 대검 비공개 예규 ‘부패범죄수사 절차 등에 관한 지침’을 잘못 해석해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반부패부는 총장 참모, 패싱이란 말 성립 안 해"
전날 법사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야당 정치인에 관한 수사는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중요 정치인 등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대검 반부패·강력부를 통해 보고되는 게 통상의 관례로, 저 정도 (수사) 상황에서 반부패부가 전혀 몰랐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했다.
추 장관도 “심 국장이 반부패부장에 있을 때 보고받지 못했다는 건 심각한 사태”라며 “(당시) 남부지검장, 총장이 대면보고로 끝냈다면 이 사건은 경우에 따라 은폐, 매장이 가능해 검찰 업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 내부에선 “역대 어느 검찰총장이 참모인 대검 부장과 모든 정보를 공유했느냐”며 “더구나 심재철 당시 반부패부장은 야당 정치인으로 보고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과는 특수관계였다”는 말이 나왔다.
윤 전 고검장이 대검 강력부장으로 재직했던 2014년 심재철 현 검찰국장은 대검 조직범죄과장으로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다. 두 사람은 이른바 검찰 내 ‘강력부’ 라인으로 2015년 심 국장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으로 영전할 때 윤 전 고검장이 도와줬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정관계 로비 의혹 같은 특별수사에선 ‘보안’ 이른바 수사 밀행(密行)이 최우선인데, 이런 경우 심 국장에게 보고하는 게 더 문제 아니겠느냐”고 했다.
◇전 남부지검장 “여야 똑같이 처리”
라임 사건을 지휘했던 송삼현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여러 인터뷰에서 “수사 보안상 최초 수사첩보는 총장에게만 보고하는 것”이라며 “보고 후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돼 강제수사로 전환할 때 대검 반부패부를 통한 정식보고를 하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송 전 지검장은 야당 인사 수사에 대해 “지난 5월 진술을 받아 윤석열 총장에게 직접 대면보고를 했고 윤 총장의 ‘엄정 수사’ 지시에 따라 이후 관련자들에 대해 통화내역, 계좌추적도 했지만 대외적으로 노출할 만한 단계가 아니었다”며 “수사 중 퇴직했고, 이후 수사팀에서 수사결과를 종합해서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송 전 지검장은 또 여당 정치인 수사에 대해서도 “똑같이 (반부패부를 거치지 않고) 총장에게 직보했고 수사진행한 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시작할 무렵에 (반부패부) 보고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여당 의원이 대검 예규를 잘못 해석"
그럼에도 여당 의원들은 윤 총장이 대검 예규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이 예규는 비공개로 돼 있는 ‘부패범죄수사 절차 등에 관한 지침’을 말한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라임 사건과 관련해 야당 정치인에 대해서는 부패범죄수사절차에 따른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총장이 (지난 22일 대검 국감에) 출석했을 때 ‘왜 제대로 (반부패부에)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계좌추적한 것은 부패범죄수사 절차 규칙에 따르면 보고를 안 해도 되는 거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면서 “본인(윤 총장)이 출석해서 한 이야기에도 계좌추적만 한 게 아니라 통신에 대해서도 영장을 받아서 광범위하게 했다고 했는데, 근거에 따라서 봤을 때 보고가 돼야 하는데 보고가 안 됐다”라고 했다. ‘반부패부 패싱’이 예규 위반이란 주장이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이 예규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며 “예규를 보면 통신 추적이 반부패부에 반드시 보고해야 할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해당 예규에 따르면, 자택 압수수색 등은 보고 대상이고 통신내역 조사는 명시돼 있지 않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 대상이 아닌 통신기록 사실확인은 통상 검찰 수사에서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로 보지 않는다. 때문에 반부패부 보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게 맞는 해석”이라고 했다.
[이정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