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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누가 애 엄마냐, 옷 벗어라” 카타르, 공항서 알몸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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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카타르항공 여객기 자료사진.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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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항공당국이 공항 화장실에서 발견된 신생아의 어머니를 찾겠다며 호주 시드니행 항공편의 여성 승객들을 대상으로 무리하게 강제 신체 검사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국민이 강제 검사를 당한 것과 관련해 호주 당국이 카타르 정부에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면서 이는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이다.

25일(현지 시각) AP통신·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카타르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의 화장실에서 신생아가 발견됐다. 항공당국과 카타르항공 측은 ‘신생아의 어머니를 찾겠다’며 시드니행 항공편의 여성 승객들을 상대로 신체 검사를 진행했다. 이 일은 호주에 귀국한 승객들이 언론 등에 제보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제보자들에 따르면, 여성 승객들은 비행기에서 내려 활주로의 구급차로 이동한 뒤 신체 검사를 받았다. 이들은 여성 의사 앞에서 옷을 벗고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는 복부와 자궁 검사를 통해 최근에 출산을 했는지 여부를 검진했다고 한다. 이 검사를 받은 여성들 중 13명이 호주 국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남성 승객은 “여성 승객들이 (비행기로) 돌아왔을 때 모두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며 “젊은 여성 한 명은 눈물을 흘렸고, 이들은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탄 항공편은 이륙이 4시간가량 지연됐다. 다른 항공편의 여성 승객들도 이같은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사 대상이 몇명인지 무슨 국적인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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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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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외교통상부는 공식 외교채널로 카타르 정부에 이번 사건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도하 공항 카타르항공 항공편에서 일부 여성 승객들에게 행해진 용납될 수 없는 대우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여성 승객들에 대한) 대우는 불쾌하고 매우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마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일련의 사건들은 극도로 충격적이고 불쾌한 일이며,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카타르 당국에 이 일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매우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카타르 하마드 국제공항은 성명을 통해 “의료 전문가들이 아기가 발견된 뒤 산모의 건강을 염려했고 소재 파악을 요청했다”며 “아기가 발견된 장소에 접근 가능한 승객들에게 조사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국영 카타르항공은 가디언의 논평 요청을 거절하면서도 “이 문제에 대한 조사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항 측은 화장실에서 발견된 신생아가 의료 관계자들의 전문적인 보살핌 아래 안전한 상태로 있다고 밝혔다. 신생아의 친모가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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