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부터 ㅎ까지 키워드로 풀어본 ‘꿈의 모빌리티’ 현주소
미국의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가 미국 네바다주의 사막에 세운 초대형 전기차 공장 기가팩토리. 테슬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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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주행거리’ 500㎞에 도전장
100만마일 배터리 개발 경쟁도
대여 사업 연계 ‘전기택시’ 확대
사용 후엔 ‘캠핑용’ 재활용 가능
‘제2의 반도체’라는 별칭까지 등장할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한국의 제조업이 있다. 바로 배터리(2차전지) 업계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를 비롯한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다. 더 이상 미래의 유망 기술·산업이 아니라 이미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전기차와 배터리에 관한 키워드를 ㄱ부터 ㅎ까지 사전 형식으로 정리했다.
기가팩토리 = 미국의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가 2018년 미국 네바다주의 사막 한가운데에 건설한 초대형 공장으로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등 에너지 생산기지 역할도 겸한다. 미국 뉴욕주와 중국 상하이에서도 가동되고 있으며, 독일 베를린·미 텍사스주에서도 건설이 진행 중이다. 기가(GIGA)는 ‘10억’을 가리키는 측정단위로 1GWh는 전기차 5만대, 스마트폰은 9000만대를 동시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일본 파나소닉과 합작한 네바다주 기가팩토리1는 배터리 생산능력이 연간 24GWh 수준이다.
내재화 = 전문 제조사로부터 납품받고 있는 중간재를 직접 자체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재화율이 높을수록 원가를 절감할 수 있어 경쟁력이 높아진다. 전기차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셀 내재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배터리 제조사는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등 4대 핵심소재의 내재화율 제고에 힘쓰고 있다.
동유럽 = 한국 배터리 3사의 생산공장이 진출해 있는 지역이다. LG화학은 폴란드,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에 대형 제조공장을 운영 중이며, 증설 계획도 있다. 동유럽은 자동차 강국인 독일과 가까워 완성차·부품 생산기지가 밀집해 있다. 인건비가 저렴하고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서의 장점을 누릴 수 있는 유럽시장의 전초기지다. 롯데알미늄도 올해 초 헝가리에 배터리용 양극박 생산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렌털 = 전기차 시장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급의 휘발유차·디젤차에 비해 비싸다. 차량가의 40%에 이르는 배터리 가격 때문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통과한 배터리 렌털(대여)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서면 특히 ‘전기택시’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대여·관리·교체를 일원화한 서비스가 보급되면 차량 출고가를 대폭 낮출 수 있다. 현대기아차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전기 승용차 분야에서 배터리 리스·렌털, 재사용 등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마의 벽 =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 중에서도 손꼽히는 것이 주행거리 문제다. 업계에서는 1회 충전으로 500㎞ 넘게 달릴 수 있는 ‘마의 주행거리’로 부른다. 그래야 대중화가 가능해 배터리 제조사들도 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전기차들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300㎞ 수준이며, 고사양도 400㎞ 안팎이어서 한 차례 주유로 ‘기름차’가 주행 가능한 거리에 미치지 못한다.
반값 배터리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주주총회를 겸한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3년 안에 현 제조원가 대비 56%를 절감한 배터리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반값 배터리가 현실화되면 전기차는 보조금·지원금 없이도 내연기관 차량과 출고가가 엇비슷해진다.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 시점도 이때쯤일 것으로 전망된다.
수명연장 = 배터리 수명 문제도 넘어야 할 장벽이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누적 운행거리 10만~20만마일(16만~32만㎞) 수준으로 일반 승용차로서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택시·버스·트럭 등 장거리 운행 차량에서는 배터리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보급 확대가 가능해진다. 중국 CATL은 테슬라와 함께 주행수명이 160만㎞에 이르는 ‘100만마일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에너지저장 = ‘ESS’라는 약칭으로 더 많이 불리는 에너지저장장치·체계는 본질적으로는 배터리와 동일한 개념이다. 전력에너지를 모아놓을 수 있는 장치·시설에 대한 통칭이 ESS다. 기술 발달로 전력에너지의 대용량·고효율 저장·운송이 가능해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들도 ESS용 배터리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연구·개발과 사업 진출을 대폭 늘리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 현재 대중화된 리튬 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가 액체 형태의 전해질로 채워져 있다. 이 전해질을 고체 물질로 대체하는 것이 전고체 배터리로 기술개발 중이다. 고분자 고체 물질이 전해질을 대체하면 발열과 화재 위험이 현저히 낮아진다. 충전 용량은 40% 이상 늘어나고 잦은 충전으로 인한 배터리 성능 저하도 거의 없다. 전고체 배터리는 크기와 모양까지 다양하게 만들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치킨게임 = 배터리가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으면서 업체 간, 국가 간 혁신기술과 시장을 놓고 ‘치킨게임’에 가까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영업비밀침해·특허침해 소송을 각각 벌이고 있다. 기술·인력 빼가기 논란은 국내 업계뿐 아니라 글로벌 업체 간에도 빚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중·일 삼국지’라 불릴 정도로 세 나라의 기술 수준이 앞서 있다. 올해 8월까지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한국의 LG화학(1위)·삼성SDI(4위)·SK이노베이션(6위)과 중국의 CATL(2위)·BYD(5위), 일본의 파나소닉(3위) 등이며, 이들 6개사의 점유율 합계는 84.1%에 달한다.
캠핑용 = 사용 후 배터리의 재활용이 활성화되면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부가가치 창출도 가능하다. 자동차 운행에 쓰이기 어려운 노후 배터리는 충전시설이나 태양광발전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 특히 가정이 아닌 야외에서 쓰일 수 있는 캠핑용 ESS가 주목받는다. 현행 법규에 따라 전기차 노후 배터리는 구매 시 보조금을 지원받은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해야 하는데, 이 반납 배터리를 작은 용량으로 분해해 캠핑용 파워뱅크로 활용하는 사업이 최근 산업부의 규제특례심의위를 통과했다.
테슬라 = 전기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미국의 제조사이자 혁신기업이다. 오토파일럿(자율주행) 기술은 물론 자동차로서의 성능도 전기차 생산 브랜드 최고 수준이다. 테슬라는 한국에서 지난 9월 2056대가 팔렸다. 수입 전기차 월 판매량의 91.9%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다. 제품 내구성이나 애프터서비스에선 불만이 늘고 있지만 팬층이 두꺼워 계약 이후 출고까지 수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펀드 = 한국거래소가 뉴딜펀드 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선보인 ‘KRX BBIG K-뉴딜지수’를 구성하는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의 대표 분야도 ‘배터리’다. 배터리 관련주들은 최근 국내에서는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분사 계획, 해외에서는 수소트럭 니콜라 사기 의혹으로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배터리 산업의 장기 전망이 밝다고 하지만, 과도하게 돈이 몰린 이후 조정기가 장기화될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화재 = 최근 현대차 코나EV에서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안전문제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코나의 경우 배터리셀(LG화학)·냉각시스템(현대모비스)·배터리 관리 시스템(현대차) 업체가 나눠져 있어 책임공방도 뜨겁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GM·포드·BMW가 제조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규모 리콜이 이뤄지는 등 완성차·배터리 업계 전체가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아무리 충전이 편리해지고 차량 성능이 좋아져도 안전 우려가 불식되지 않는다면 보급 확대는 요원하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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