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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금융분쟁 증가에도 잠자는 금감원 분조위···제도 개선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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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조정신청 3만건 상회 예상속

금감원, 상반기 두차례만 개최

소비자원은 작년 166번 '대조'

위원 신분 보장·참석 의무화 등

김병욱 의원, 금소법 개정 나서

전문성·중립성 강화 목소리도

서울경제


올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되는 분쟁조정 신청이 3만 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해결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상반기에 고작 두 차례만 열린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 분쟁은 늘어나는데 분조위는 잠자고 있는 상황이다. 분조위가 중립성이 떨어진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면서 분조위의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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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금융권 및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분조위원의 임기 및 신분을 보장하고 소비자·금융회사 측 위원의 참석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 법안은 관련 단체의 추천을 거쳐 분조위원을 위촉하고 분조위에 참석하는 방식도 추첨을 통해 선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존에는 금감원장이 분조위원을 위촉하고 분조위원장이 지명하는 위원이 분조위에 참석했다. 분조위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도록 소비자단체, 금융업계 임직원을 포함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김 의원이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는 데는 현 금감원의 분쟁조정 시스템이 소비자와 금융사 모두에 불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가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해도 분조위가 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분쟁조정 접수 건수는 지난 2017년 2만5,205건에서 지난해 2만9,622건으로 증가하는 추세지만 정작 분조위는 6차례씩 열리는데 그쳤다. 올해는 분쟁조정 신청이 8월까지 2만1,654건이나 집계됐지만 분조위는 지난 6월까지 두 번밖에 열리지 않았다.

금융 소비자에 책임을 물어 기각시키는 경우, 당사자 간 화해를 먼저 유도하는 점 등을 고려해도 회부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분쟁을 조정하는 한국소비자원의 분조위와 비교해도 개최 횟수가 턱없이 적다. 소비자원 분조위는 지난 한 해 동안 166회 차례의 회의를 열고 분쟁조정 안건 3,608건을 처리했다.

업계에서는 분조위원의 상당수가 금융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올해 분조위 외부위원으로 위촉된 전문가 28명 중 법조계가 11명, 학계가 10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금감원 분조위가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결정을 뒤집고 키코 피해 기업에 최대 41%를 배상할 것을 권고했지만 현재까지도 대부분 은행에서 배상 결정을 연기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금감원 분조위원은 “현장 실무로 중무장이 된 분조위원이 필요한데 분조위원의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중립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며 “현장을 잘 아는 금감원 실무 파트에서 전문성을 갖춘 분조위원을 선택할 수 있는 게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조위의 제도 개선은 지난해 감사원에서도 지적한 사안이다. 감사원은 분쟁조정 업무 처리 시 전문위원 자문 및 전문 소위원회 활성화 방안을 촉구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분조위 개최 정족수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소비자원 분조위의 개최 정족수는 2명이지만 금감원 분조위는 최소 7명이 모여야 회의를 열 수 있다. 소비자원은 분조위 개최 정족수가 적다는 점을 활용해 소위원회를 운영하고 지방 현지에서 소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분조위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에 따라 조만간 위원 수가 소폭 확대될 예정이지만 정족수는 여전히 그대로”라며 “위원 수와 함께 정족수까지 개선되면 안건 경중에 따라 소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작아진 몸집으로 더 많은 안건을 처리하고 소비자피해 구조활동에도 속력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정치권과 업계를 중심으로 이같은 제도 개선 없이 분조위의 권한부터 강화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최근 금감원은 권고 수준인 분조위의 결정에 구속력을 부여해 금융사가 무조건 수용하도록 하는 ‘편면적 구속력’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김 의원실 측은 “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하자는 논의도 있지만 현행 분조위의 제도 개선 없이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며 “분조위의 위상이 바로 서야 금융사, 금융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어 조정이 잘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과 별개로 금융위원회에서도 분조위원을 전산 등으로 임의로 선정하고 피해자, 금융사가 직접 분조위에 출석해 의견을 제시하는 방안 등 제도 개선을 예고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에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니 분쟁조정도 어떻게 변할지 일단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분쟁조정 기능을 금융감독원에서 분리 독립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지영·이지윤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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