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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애도? 비판?...이낙연·이재명도 결이 다른 이건희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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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이낙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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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의장 별세 소식에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반응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대선주자인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언급에 온도차가 느껴졌고, 삼성전자 임원 출신 양향자 의원과 '삼성 저격수'로 유명한 박용진 의원도 다른 반응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공과' 언급한 이낙연...'애도'에 초점 맞춘 이재명


우선 차기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간 반응부터 결이 다소 달랐다. 먼저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고인의 빛과 그림자를 차분하게 생각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고인은 고비마다 혁신의 리더십으로 변화를 이끌었고 삼성은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했다”면서도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강화하고 노조를 불인정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의 공과(功過)를 모두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삼성은 과거의 잘못된 고리를 끊고 새롭게 태어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반면 또 다른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 회장의 공과를 언급하지 않고 추모에 초점을 맞췄다. 이 지사는 “질곡의 현대사에서 고인이 남긴 족적을 돌아보고 기억하겠다”며 “기회가 공평하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경영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고인의 넋을 기리는 일이자, 우리가 짊어져야 할 과제”라고 했다. 이 지사는 경기 성남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7년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특검’에 소환됐을 당시 페이스북에 “촛불민심은 박근혜 퇴진과 함께 재벌체제 해체를 요구했다”고 격하게 반응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늬앙스다.

삼성 임원 출신 양향자와 삼성 저격수 박용진의 엇갈린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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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광주지방국세청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광주지방국세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광주=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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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출신 삼성 임원 신화로 유명한 양향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 회장에 대한 애도에 방점을 찍었다. 양 의원은 “1987년 회장 취임 후 자주 (경기 용인) 기흥 반도체 사업장에 오셔서 사원들을 격려해 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고인을 추억했다. 양 의원은 1985년 고졸 학력으로 삼성전자에 반도체 보조연구원으로 입사해 28년 만에 상무이사라는 임원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이 회장은) 반도체 산업은 ‘양심산업’이라며 ‘국가의 명운이 여러분 손에 달렸다’고 사원들 한 명 한 명에게 소명 의식을 심어주셨다”고 했다. 이어 “과감한 7ㆍ4제(아침 7시~오후 4시 근무) 도입으로 일과 후 학업을 병행하고자 했던 사원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사내대학을 만들어 인재 양성에 힘을 기울였다”고 회고했다. 직접 경험했던 이 회장의 업적에 주로 초점을 맞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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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 삼성증권이 전반적으로 관여,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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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단절'과 '미래'를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건희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삼성과 우리 경제의 새출발, 새질서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했다. 박 의원은 “고인을 비롯해 우리 경제를 대표하는 각 그룹들의 창업주, 주춧돌 역할을 했던 1~2세대 경영자들이 역사에서 퇴장하고 재벌, 대기업의 세대교체가 마무리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3~4세대 재벌 총수들을 향해 “반칙과 특혜, 불법으로 얼룩진 낡은 권위주의적 방식의 기업문화와 결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의원은 초선이던 지난 20대 국회 전반기(2016~2018년) 당시 정무위원회에서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및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문제 등을 주도하며 ‘삼성 저격수’라는 별칭을 얻은 바 있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박 의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증권의 우호지분 확보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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