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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이건희, 싸구려 삼성 글로벌 기술 선두 반열에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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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외신, 이 회장 공과 집중 조명
"기술의 삼성, 한국 경제의 주춧돌"
"정경유착, 불법 경영 승계 그늘도"
한국일보

201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를 참관하고 있는 이건희(오른쪽 세번째) 삼성그룹 회장.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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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스마트폰, TV, 메모리칩의 글로벌 거인으로 키웠지만 화이트칼라 범죄로 두 번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하자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내놓은 총평이다. 주요 외신들도 이날 이 회장 별세 소식을 긴급 뉴스로 타전하며 공과 과를 두루 다뤘다. 혁신 경영으로 삼성을 글로벌 기술 선두주자로 도약시켰지만, 정경유착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 성공의 어두운 이면도 적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NYT는 부고 기사에서 “1987년 회사를 이어받은 이 회장은 기술력을 사다리 삼아 서구에서 값싼 가전제품 브랜드 정도로 알려진 삼성을 거침없이 밀어 올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삼성은 한국 경제의 주춧돌이자 세계에서 연구개발(R&D)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회사”라고 치켜세웠다.

이 회장의 과감한 도전과 투자도 주목 받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그의 어록을 소개하며 “소니 등 경쟁자들에 도전하고 혁신을 촉진하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 회장 취임 후 25년 만에 삼성그룹 매출은 약 30배, 시가총액은 약 300배 급성장한 결정적 요인을 그의 ‘선택과 집중’ 경영 전략에서 찾았다. 대표 사례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자동차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문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대신, 반도체 등 유망 산업에 집중 투자한 점을 들었다.

외신도 이 회장의 혁신 의지를 드러낸 일화로 1995년 일명 ‘불량제품 화형식’을 주로 언급했다. 당시 전화기와 팩시밀리 등 기존 불량제품 15만대(150억원어치)를 전량 폐기 처분하면서 일부 제품에 불을 붙여 조직 전반에 위기 의식을 강렬하게 심었던 사건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화형식) 이후 품질 향상이 단시간에 이뤄진 것은 아니나 21세기 초부터 삼성은 세계 가전제품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고 매력적인 제품군으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해외 언론은 이 회장 시대의 그늘도 짚었다. 유죄 판결을 두 번이나 받은 ‘한국식 재벌’ 병폐의 대표 주자라는 지적이 많았다. NYT는 “재벌로 알려진 한국식 가족경영이 그들의 영향력을 보호하기 위해 취한 의심스러운 방법들을 이 회장이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부 한국인들은 재벌들이 국가경제 활력의 주요 원천이라는 이유로 나라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고 해석했다.

영국 BBC방송도 “재벌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의 경제 변혁을 추진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오랫동안 모호한 정치와 기업간 거래로 비난을 받아왔다”면서 이 회장의 유죄 판결과 사면 내용을 상세히 기술했다. 일본 아사히신문 역시 이 회장이 정ㆍ관계 로비 의혹으로 한 때 직위에서 물러나는 등 한국사회의 정치와 재벌의 유착관계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은둔으로 일관한 6년 동안의 투병 생활에도 관심도 컸다. AFP통신은 이 회장이 2014년 급성심근경색으로 병석에 눕게 된 정황을 거론한 뒤 “은둔형 생활방식으로 유명한 이 회장의 구체적인 상태는 공개된 적이 드물어 그의 마지막 날 역시 미스터리에 싸여 있다”고 설명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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