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헌정사에 스스로 물러난 최초의 대통령’
‘독재 미화’ 문구 그대로
경남 합천군 율곡면 전두환씨 생가의 새 안내판에 ‘40년 헌정사에 임기를 마치고 스스로 물러난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적혀 있다(왼쪽 사진). 합천읍에는 전씨 아호를 붙인 ‘일해공원’이 있다. 진보당 경남도당 제공·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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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인 전두환씨의 생가 안내판이 역사 왜곡 논란으로 교체됐지만, 여전히 ‘독재 미화’ 문구가 남아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남 합천군은 지난달 말 율곡면 내천리에 있는 전씨 생가의 안내판을 교체했다고 25일 밝혔다. 새 안내판에서는 ‘10·26 이후 국가 위기를 수습해 대통령으로 추대됐다’거나 ‘재임 기간 경제도약과 국제적 위상 상승을 이뤄냈다’는 식의 찬양 문구는 빠졌다.
그러나 진보당 경남도당은 새 안내판을 두고 “안 하느니만 못한 내용 수정을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5·18 당시 만행, 민주화운동 탄압 등 전씨의 ‘잘못’을 언급한 문구는 없다는 것이다.
“내용 수정 안 하느니만 못해”
진보당 ‘9월 문구 교체’ 비판
‘일해공원’ 명칭도 변경 요구
합천군 “의견 수렴 후 검토”
진보당은 먼저 새 안내판에 ‘(전씨가)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이 발생하자 합동수사본부장을 맡게 됐는데, 그 수사 과정에서 12·12사태가 빚어졌다’라고 적힌 문구를 문제 삼았다.
진보당은 “12·12사태가 전씨가 주동한 것이 아니라 당시 맡은 지위와 역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입하게 된 것처럼 묘사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안내판은 전씨의 퇴임 과정을 설명하면서 ‘40년 헌정사에 임기를 마치고 스스로 물러난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고 적어놨다. 진보당은 “전씨가 국민 항쟁에 의해 본래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임기를 겨우 채웠을 뿐 명예롭게 물러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에 합천군 관계자는 “논란이 되는 부분은 최대한 빼고 사실 그대로 담아 안내판을 새로 세웠다”며 “안내판 추가 수정 문제는 여론 수렴을 거쳐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적폐청산과 민주사회 건설 경남운동본부’와 진보당 경남도당은 올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범죄자 전두환 기념물을 청산하라”고 합천군에 요청했다. 이들은 2007년 전씨의 아호(일해)를 따서 붙인 합천읍 ‘일해공원’(옛 ‘새천년 생명의 숲’)의 명칭 변경, 합천군 재산목록에서 ‘전씨 생가’ 삭제, 1980년 전씨가 심은 합천군청 기념식수의 표지석 철거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전국에서 전씨 흔적 지우기와 역사 바로 세우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유독 합천에서만 아직도 일해공원이 존재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전씨의 생가가 보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은 경호 또는 경비를 제외한 다른 예우를 받지 못한다’고 돼 있다”며 “1997년 대법원으로부터 내란 또는 내란 목적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전씨의 생가를 국공유재산 목록에서 삭제하고 일해공원의 이름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합천군은 일해공원의 이름 변경 등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합천군은 “전직 대통령의 기념시설물과 관련해선 군민들의 의견 수렴과 공론화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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