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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이건희 회장 별세]위기 속 재계에 큰 울림 준 이건희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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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 이건희 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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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향년 78세 일기로 타계했다. 삼성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일군 거인의 경영철학이 담겨있는 이 회장의 어록들이 다시 한번 주목 받고 있다.

이 회장의 가장 유명한 일화는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캠핀스키 호텔에서 수백명의 삼성 임원들을 향해 전한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다.

당시 그는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된다”며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마누라와 지식 빼고 다 바꾸자”라고 말했다. ‘자기로부터의 혁신’을 강조한 ‘신경영’을 선포하며 삼성은 초일류의 기틀을 다졌다.

그는 ‘디자인’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세상에 디자인이 제일 중요해진다. 개성화로 간다”며 “이제 생산기술이 다 비슷해진다. 앞으로 개성을 어떻게 하느냐,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삼성이 초일류가 되기 위해 기존 틀을 다 부숴야 한다는 경영철학이 그대로 담긴 발언들이었다.

이 밖에도 이 회장이 과거 “휴대폰 품질에 신경을 쓰십시오. 고객이 두렵지 않습니까? 비싼 휴대폰, 고장나면 누가 사겠습니까? 반드시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옵니다. 전화기를 중시해야 합니다”라며 미래를 꿰뚫듯 내다본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투자와 관련해서도 “언제까지 그들(미국, 일본)의 기술 속국이어야 하겠는가? 기술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일, 삼성이 나서야 한다. 사재를 보태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삼성의료원 건립 당시에는 “낙후된 병원히 환자 입장에서 얼마나 큰 고통인지 너무도 잘 알면서 그대로 둔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기업의 총수로서 할 일이 못 된다”며 1994년 11월 삼성의료원 개원을 이끌었다.

당시 삼성의료원은 이 회장의 신념을 바탕으로 영안실의 폐습을 합리적으로 개선한 신 장례문화와 처방전 및 진료기록부 등의 전산시스템 도입에 앞장섰다.

2003년 신경영 10주년에서는 신경영이 세기말적 상황에서 경제전쟁에서의 패배, 일류 진입의 실패는 경제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역사인식과 사명감에서 출발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신경영을 안 했으면 삼성이 2류, 3류로 전락했거나 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하다”며 “신경영의 성과를 어려운 국가 경제위기 극복과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확산시켜 나가자”고 언급했다.

그는 인재와 투자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강조했다. 2003년 6월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이 회장이 언급한 “한 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발언은 화재가 되기도 했다.

2004년 반도체 30년 기념식에서는 “반도체 사업 진출 당시, 우리 기업이 살아남을 길은 머리를 쓰는 하이테크 산업 밖에 없다고 생각해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에서도 이 회장은 ‘위기’를 강조했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자만하고 있으면 도태되고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라는 게 핵심이다.

그는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며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회장이 마지막으로 발표한 2014년 신년사에서는 “5년 전, 10년 전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히 버리자”며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보다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냅시다. 핵심 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산업과 기술의 융합화·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지숙 기자 jisuk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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