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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싸이테크] 전기저항 제로 기술 '초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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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에디터]
지하철과 선로가 맞닿아서 들리는 굉음이 시끄러워서 귀를 막았던 경험 한번쯤 있으시죠. 이젠 더이상 귀를 막지 않아도 됩니다. 공중을 떠가는 열차, 이른바 자기부상지하철을 가능하게 해줄 기술이 나타났기 때문이죠. 최근 미국 로체스터대학 연구진이 네이쳐에 이런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다이아몬드 사이에 탄소와 황, 수소로 만든 물질을 두고 고압을 걸어줬더니 섭씨 15도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졌다"고요. 중력을 거슬러 지구를 내달릴 수 있는 열차를 만드는 기술, 전기저항 제로를 꿈꾸는 '초전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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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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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체가 뭐에요?

전도체는 전기를 보내는 물체를 뜻합니다. 여러분이 앉아 계시는 책상 위아래 빼곡하게 차있는 전선들이 대표적인 전도체죠. 전기를 보낸다는 건 전선 같은 전도체를 통해 전자가 이동한다는 뜻이죠. 전자가 이동할 때 전자들은 물체를 이루는 원자들과 충돌하면서 반드시 열을 발생시킵니다. 이걸 전기저항이라고 하는데 이게 생기면 전기가 온전히 흐르지 못하는 것이죠. 마치 온힘으로 공을 차며 골대로 향하는 공격수를 수비수가 방해하면서 공격수의 드리블 속도가 느려지는 것과 비슷하죠. 전기 저항이 클수록 발열도 크고 손실량도 커지게 됩니다.

만일 이 저항을 0으로만 낮출 수 있다면? 과학자들이 여기에 관심을 두지 않을리 없죠. 1911년 카멜린 온네스라는 사람은 금속이 온도에 따라 저항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 수은으로 전기 저항을 실험했습니다. 그리고 약 영하 269도까지 온도를 낮추면 수은의 저항이 갑자기 0으로 뚝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죠. 전기저항이 0이 되고 내부 자기장을 밀쳐내는 성질을 보이는 이 현상을 그는 '초전도'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수은처럼 전도체를 뛰어넘는 전도체를 초전도체라 부르기 시작하죠. 물질의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지점을 발견하는 일은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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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왜? 이걸 발견하고도 100년 넘게 쓰지 못했을까요? 바로 너무 낮은 온도 때문이었습니다. 영하 269도나 되는 냉장고를 들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1950년 이후 과학자들은 수은 말고 금속, 유기물, 세라믹 등 다양한 혼합물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빨간색과 노란색, 파란색을 더하면 흰 색이 나오는 것처럼 어떤 물질을 섞다보면 새로운 성질의 물질을 탄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죠. 혹시 어떤 물질들을 섞으면 엄청 낮은 온도를 내는 새로운 어벤져스가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시도는 1986년 성공합니다. LBCO라는 물질이 발견됐는데 이게 영하 238도까지 내려간거죠. 1987년에는 YBCO라는 게 발견됐는데 이 물질의 저항온도는 영하 183도였습니다. 어쩄든 수은보다는 온도가 높아 모두 고온 초전도체로 불렸고요. YBCO의 경우 가격이 저렴한 액체질소로 만들 수 있어 싼 값에 초전도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낳았죠.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9년엔 영하 23도라는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체 특성을 유지하는 상온 초전도체가 발견되기도 했죠. 압력이 높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저항 온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면에서 훌륭한 발견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자기부상열차'는 철로를 뒤집어도 앞으로 갑니다

초전도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앞서 말했던 자기부상열차의 경우 초전도체가 지닌 특성, 바로 '마이스너' 현상을 활용해 운전합니다. 마이스너 현상이란 초전도체 내부로 자기장이 침투하지 못하고 밀어내는 현상을 말하죠. 이 현상을 지속적인 연구 끝에 과학자들은 퀀텀 락킹(Quantum Locking)을 새롭게 발견하게 됩니다. 초전도체는 3차원적으로 특정거리를 유지하면서 고정된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퀀텀 락킹 이론대로라면 달려가는 열차의 선로를 거꾸로 뒤집어도 열차의 운동 에너지를 똑같이 만들 수 있습니다.

물질의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지점을 발견하는 일은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실제로 자기부상열차는 1969년 독일이 개발을 시작해 1971년 Prinzip- fahrzeug(의미 : Principle vehicle)이 처음 유인 주행에 성공한 이후 2015년 일본의 리니어 신칸센, 우리나라 현대로템의 자기부상열차 상용화 등으로 이어져왔습니다. 현대로템은 국가연구개발사업 (2006년~2013년)의 일환으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차량을 개발했습니다. 2014년 9월부터 인천국제공항역~용유역의 약 6.1km 구간 기준 운행을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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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역~용유역의 약 6.1km 구간 기준 운행중인 '에코비'/ 출처=현대로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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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부터 핵융합 발전까지, 쓰임새도 많은 초전도 기술

초전도열차에만 쓰이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아플때 병원에 가면 꼭 찍는 MRI도 초전도 기술이 적용되는 분얍니다. MRI는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죠. 내부에 탑재된 초전도 전자석이 만드는 자기장으로 해상도가 결정됩니다. 초전도체는 저항이 없기 때문에 초전도체가 발전한다는 것은 곧 MRI의 해상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만일 일반 자석으로 MRI를 만든다면 부피도 너무 커지고 발열 관리를 위한 냉각수 설비도 필요했겠죠.

일반 가정으로 전기를 보내는 데 쓰는 전선도 초전도 전선으로 쓰인다면 원가가 확 낮아집니다. 너무 두꺼운 전선을 쓰면 원가가 늘어나는데 구리 케이블 10가닥이 초전도 기술이 적용되면 1가닥까지 줄어들 수 있어 전선의 두께와 상관없이 많은 양의 전력 전송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LS전선이 한국전력과 함꼐 세계 최초로 초전도 전선을 상용화해 작년 겨울 용인 흥덕 변전소부터 신갈 변전소까지 1KM 구간에 이미 초전도 전선이 설치되어 있다고 하네요.

핵융합에도 초전도 기술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핵융합에 필요한 건 초고온 상태에서 전자와 원자핵을 분리한 '플라즈마' 상태의 물질입니다. 플라즈마의 온도는 1억 도에 달해 우리는 절대 만질수도 담을 수도 없는 아주 위험한 물질입니다. 이때 초전도체 전자석을 이용하면 강력 자기장으로 플라즈마를 공중에 '띄워서' 가둘 수 있습니다. 마치 겨울왕국의 엘사가 손가락 하나로 공중에서 물체를 얼려버리는 것처럼 말이죠. 이걸 토카막이라고 부르는데요. 역시 한국이 세계 최초로 신소재 초전도체를 이용한 초전도 토카막 KSTAR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하네요. 이게 가능해진다는 건 곧 아주 강력한 플라즈마를 공중에 띄울 수 있다는 것 '인공태양'을 최초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소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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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TAR의 초전도 토카막 내부. 출처= 국가핵융합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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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없이 전기를 송신하는 '초전도' 기술은 전기차, 배터리, 무선통신, 데이터 생산 등 모든 것이 전기화된 요즘 세상에선 또 한번 세상을 뒤바꿀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분의 방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전선이 가늘어지는 날, 공중에 떠서 소음 없이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 날이 언제 올 수 있을까요? 초전도 기술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인류에게 또다른 선물을 가져다줄 지 기대해보겠습니다.

김보경 에디터 clara@techm.kr / 신지은 기자 sophie@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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