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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시진핑 “한국전 참전으로 미 불패신화 깨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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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국전 참전 70주년 행사

[경향신문]

미·중 갈등 전방위 확산 속
‘항미원조’ 정신으로 내부 결속
최고 지도자론 20년 만에 연설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한국전쟁에 대해 ‘미국 제국주의에 맞선 위대한 승리’라고 표현하면서 “조국의 신성한 영토를 침범하거나 분열하는 엄중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에 맞서 통렬하게 응징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과의 갈등이 전방위로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이 한국전쟁을 일컫는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움)’ 정신을 내세워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인민지원군 항미원조 출국 작전 70주년 기념대회’ 기념식 연설에서 “위대한 항미원조 전쟁으로 제국주의 침략 확장을 저지하고 한반도 정세 안정 및 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지켜냈다”고 밝혔다. 한국전쟁의 미군 참전에 대해 “미국 정부가 국제 전략과 냉전 사고에서 출발해 한국 내전에 무력간섭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그러나 중국과 북한 군대가 무장한 적들을 물리치고, 미국의 불패 신화를 깨뜨렸다”고 했다.

40여분간 이어진 이날 연설의 상당 부분은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채워졌다. 시 주석은 “어떠한 위협, 봉쇄, 극한의 압박이나 독선과 패권, 패도, 따돌림 행위 모두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결국 죽음의 길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조국의 신성한 영토를 침범하고 분열시키는 세력을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면서 “관련한 엄중한 상황이 발생하면, 반드시 맞서 통렬하게 응징하겠다”고 했다.

시 주석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 실현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자”고 연설을 끝맺자 객석에서 박수가 이어졌고, 시 주석은 객석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한국전쟁 참전 기념행사에서 직접 연설을 한 것은 2000년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이후 20년 만이다.

미국과의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이 항미원조 정신을 내세워 애국심 고취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오는 26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5중전회)를 앞두고 내부 결속 다지기 측면도 있다. 중국 공산당의 강력한 지도하에 거둔 승리라는 것을 강조한 점에서 당에 대한 충성과 지도력 강화 의도도 엿보인다.

이날 참전 용사들도 초청됐다. 기념식에 앞서 군복을 입은 노병들이 지팡이를 짚거나 부축을 받으며 입장하자 현장에 도착한 참석자들이 기립 박수로 맞이했다. 인민대회당 1층 입구에는 ‘항미원조 전쟁 승리에 중대한 공헌을 한 인민지원군 노전사, 동지, 전국 각 인민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한다’는 붉은 현수막이 걸렸다. 일부 외신 기자들의 취재도 허용됐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현장 취재 기자들은 전날 오후 지정 호텔에 격리돼 핵산 검사를 받았고, 음성 확인 후 인민대회당으로 이동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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