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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잊고 싶어도…잊어선 안 될 그 ‘역사’ [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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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고양이를 버리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김난주 옮김
비채|102쪽|1만3500원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버지 무라카미 지아키의 삶을 되짚은 짧은 논픽션이다. 제목 그대로 아버지와 바닷가에 고양이를 버리러 간 일화로 시작한다. 어린 시절 하루키는 어느 여름날 집에 눌러살던 고양이 한 마리를 버리러 아버지와 해변에 간다. 무거운 마음을 안은 채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조금 전 해변에 버린 고양이가 먼저 집에 도착해 부자를 맞이한다. 하루키는 당시 아버지의 표정을 또렷이 기억한다. 어리둥절해 하던 아버지는 이내 감탄스럽다는 표정으로 변했고, 마지막에는 안도했다.

작가는 이 일화가 “목에 걸린 가시처럼 그 짐이 내 마음에 오래도록 자리하고 있었”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된 기억이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랑스럽지만은 않은 아버지의 역사를 꺼내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어린 하루키에게 중일전쟁 참전 당시 중국군 포로를 군도로 끔찍하게 척살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기억의 조각은 하루키에게 트라우마로 남는데, 이는 일본군의 난징전 대학살에 아버지가 관여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끝내 직접 이를 묻지 못한 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난다. 작가는 유년기의 입양과 파양, 청년기의 중일전쟁 참전, 중장년기의 교직생활, 노년기의 투병 등 무라카미 지아키의 개인 역사를 하나하나 되짚으며 아무리 잊고 싶은 역사라도 반드시 기억해야 함을, “역사는 과거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광활한 대지를 향해 내리는 방대한 빗방울의, 이름 없는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 빗물 한 방울의 역사가 있고, 그걸 계승해간다는 한 방울로서의 책무가 있다. 그걸 잊어서는 안 되리라.”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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