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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임금체불, 폭행... 죽어서도 귀향 못 한 인니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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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러 말레이시아 갔다가 폐결핵 사망
한국일보

주주씨가 말레이시아로 돈 벌러 갔다가 폐결핵으로 숨져 현지에 묻힌 동생 루리씨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콤파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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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 알파트 무자이다(25)씨는 2017년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고향인 인도네시아 서부자바주(州) 인드라마유를 떠나 말레이시아로 갔다. 돈을 벌기 위해 불법 이주 노동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루리씨는 고용주의 폭행과 임금체불에 시달렸다. 어렵게 다른 일을 하게 됐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설상가상 루리씨는 폐결핵에 걸렸다. 그는 고용주가 임신한 틈을 타 동료 4명과 함께 일터에서 달아났다. 한 외국인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았다. 언니 주주 주하이리야(41)씨는 "9월쯤 영상통화를 했을 때 동생은 너무 말랐고 걷지도 못 하고 그냥 누워만 있었다"라며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만 했다"고 전했다.

루리씨는 19일 머나먼 타국에서 숨졌다. 불법 파견인지라 유족은 루리씨 시신을 고향으로 데려올 수도 없었다. 브로커는 시신 인도 조건으로 3,200만루피아(약 250만원)를 요구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루리씨가 받지 못한 임금이 6개월치나 됐으나 죽어서도 고향으로 돌아갈 돈은 수중에 없었다. 결국 루리씨는 말레이시아에 묻혔다. 매장 소식은 지역의 여성아동보호청이 가족에게 알렸다. 23일 콤파스는 유족들 증언을 토대로 루리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인도네시아는 매년 약 3만명이 불법으로 말레이시아, 홍콩, 대만 등 해외에 나가 일을 하고 있다. 합법적으로 파견된 노동자는 1년에 2만명가량이다. 여성들은 주로 가사도우미로 일한다. 싱가포르에선 인도네시아 가사도우미 파르티 리야니(46)씨가 리우문롱(74) 창이공항그룹 회장 집 절도 혐의로 2년2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사건 발생 4년 만인 올해 9월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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