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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호주 11세 소녀, 성폭행 그놈 보석 풀려난날 목숨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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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우글을 추모하기 위한 지역 사회 움직임을 다룬 현지 언론 보도. 가족은 그가 기억되길 바란다며 얼굴 공개를 허락했다. [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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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11살 소녀가 자신을 성폭행한 남성이 보석으로 풀려난 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2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퍼스 남서쪽 시골 마을에 사는 안네리에세우글(11)이 20일 퍼스 어린이 병원에서 사망했다.

호주 원주민인 우글은 전날 자해로 다쳐 병원에 실려 왔지만 회복되지 못했다.

우글이 자해한 날은 그를 포함해 13세 이하 어린이들을 10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하는 등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 66세 남성 피터 흄스가 보석으로 풀려난 시점이다.

호주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은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이에 반발하고 있는 안산 지역과 나영이 가족에게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 남성은 우글과 같은 마을에 살기 때문에 그의 출소는 어린 소녀에게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글의 어머니는 딸이 2014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6년 이상 성범죄 피해를 보았으며, 그 남자가 사는 이 지역에서 벗어나길 간절하게 원했다고 말했다.

유족은 아동 성범죄자들이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보석으로 풀려나서 거리를 활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국가에 호소했다.

어머니는 우글이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을 보기 좋아했으며 영리하고 밝은 성격의 아이였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은 뒤늦게 성폭행범에게 다수의 다른 혐의를 적용해 22일 구금했다.

조 매케이브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경찰 치안감은 "사건의 경위와 심각성을 고려할 때 피혐의자에 대한 보석은 고려되지 않았어야 했다"며 "경찰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글의 이모 코리나에이브러헴(43)은 지난 22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의회에서 성범죄자 보석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했다.

우글의 극단적 선택은 주 하원의원들 사이에서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자유당 의원들은 아동 성범죄로 기소된 사람은 보석 신청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올 12월 초등학생 납치·성폭행범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외출을 제한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조두순은 출소 후 성폭행 피해자가 거주하는 안산으로 돌아올 계획이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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