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을 밭에서 키우다 박 승 민
딸은 다섯
큰집에서 양자로 들인 아들이 하나
아침밥이 삭는 내내 땡볕에 붙어살다가
밤나무 그늘에서 잠시 땀을 어르는 사이
미지근한 보릿물에 밥 한술 뜨는 사이
땅에 묻어둔 누런 근심이 꼬물꼬물 소매로 기어든다
탄저 먹은 고추는 화농처럼 번져가고
풍작 소식, 생강밭은 생강밭대로
사네, 못 사네 베트남 며느리의 전화통 속 꼬부라진 소리의 표정까지도
-시집 <끝은 끝으로 이어진>(창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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