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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내 아버지는 중일전쟁에 참전했다" 하루키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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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고양이를 버리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102쪽. 1만3,500원


하루키가 지난해 문예춘추 6월호에 기고한 자전적 에세이 ‘고양이를 버리다-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가 말하는 것들’은 안팎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다. 자신의 아버지가 중일전쟁 당시인 1938년 징병돼 중국에 배치됐으며, 자신이 초등학생 때 아버지가 소속된 부대가 중국군 포로를 처형했다는 고백을 담은 에세이였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의 과거사에 대한 인식과 반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이 에세이에 일본 열도를 비롯해 전 세계가 주목했다.

최근 출간된 동명의 책은 29쪽 분량의 이 에세이를 하나의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짧은 분량을 보완하기 위해 타이완 출신 신예 아티스트 가오 옌의 삽화를 더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바닷가에 고양이를 버리러 간 회상에서 시작해 유년기의 입양과 파양, 청년기의 중일전쟁 참전, 중장년기의 교직 생활, 노년기의 투병 등 아버지 ‘무라카미 지아키’ 개인의 역사를 되짚는다. 일본문학 대표번역가인 김난주 역자가 “곳곳에서 작가의 머뭇거림이 느껴졌다”고 말할 정도로 조심스러움이 묻어난다. 그러나 아버지 개인의 사적인 역사를 다루는 동시의 전쟁의 과오를 직시하려는 작가의 태도에서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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