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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관절염·피부염 치료하는 ‘신묘한 약’, 잘못 쓰면 면역 망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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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로이드’의 두 얼굴

스테로이드를 두고 의사들은 약과 독을 갖춘 ‘양날의 칼’이라고 말한다. 염증을 완화하는 탁월한 효과가 있는 동시에 잘못 사용하면 갖가지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스테로이드를 써서 급성 염증질환에서 극적으로 좋아지고, 어떤 환자는 주사제 남용으로 관절 연골이 망가져 병원을 찾는다. 스테로이드 부작용 우려로 의사에게 “처방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의료 전문가들은 “조심해서 써야 하는 건 맞지만, 스테로이드에 대한 과도한 공포가 퍼져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한다. 적절하게 사용할 경우 질병 회복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되는 약이라는 점이 다소 간과된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스테로이드를 써야 할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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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의학상 받은 치료제, 스테로이드

스테로이드는 몸 속 좌우 콩팥 위에 있는 부신(副腎)이라는 내분비 기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스트레스를 억제하는 동시에 염증을 즉각적으로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과거에는 동물 부신에서 추출했지만, 지금은 분자 합성 약제로 대량 생산된다.

스테로이드가 치료에 활용되기 시작한 건 1950년대다. 만성 류머티즘 관절염에 소의 부신에서 추출한 스테로이드가 관절염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후부터다. 관절염 환자들이 통증이 사라져 자유롭게 걸을 정도로 상태로 호전되면서 스테로이드는 ‘기적의 치료제’로 불리기도 했다. 이를 발견은 미국 의학자에게 노벨의학상이 돌아갔다.

하지만 이후 스테로이드의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골다공증이다. 스테로이드가 조골세포의 기능을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면역 기능이 저하되어 결핵 등 갖가지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해지는 심각한 문제도 발견됐다. 녹내장, 백내장을 일으키고 심혈관 질환 및 궤양성 질환, 당뇨병과 고지혈증을 유발한다는 보고도 나왔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장기간 과도하게 사용하면 피부가 얇아져 혈관이 비치거나 쉽게 멍이 드는 부작용도 있다.

그럼에도 스테로이드는 현대 의학에서 주사, 경구약, 연고, 크림 등의 형태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스테로이드는 심한 뇌부종으로 뇌압을 떨어뜨릴 때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 자기 세포 해칠 때 염증 반응으로 피부가 벌겋게 부어 오를 때 급속히 진행하는 원형 탈모증 등에 꼭 필요한 약물이다.

◇부작용 주의하며 안전하게 사용해야.

스테로이드의 양면성은 스테로이드가 우리 몸 면역 기능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보통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 세포와 장기에 손상을 일으키면 면역 세포가 반응한다. 문제는 감염 초기에 염증 반응이 너무 강하게 나타나 면역 세포가 세균이나 바이러스뿐 아니라 우리 몸 자체를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심하면 이런 면역세포의 과도한 반응으로 장기 등이 심하게 손상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른바 사아토카인 폭풍 현상이다.

이때 스테로이드를 투여해 면역 반응 정도를 낮추면 면역세포가 우리 몸 장기는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세균과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게 해준다. 면역세포가 정상적인 세포나 장기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에 스테로이드가 필요한 이유다.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면역 조절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외부에서 세균·바이러스가 침투해도 면역 세포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은봉 서울대병원 류머티스내과 교수는 “이런 위험성이 있기에 신중하고 적합하게 써야 하고, 경험 많은 의사일수록 잘 다루는 약이기도 하다”며 “사람마다 적정량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환자도 자신의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스테로이드에 내성이 생겨 약효가 약해졌다고 생각해 더 강한 스테로이드제를 찾는 환자도 있다. 기존 질환의 증상이 유지되는 걸 약효가 없다고 오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테로이드가 몸에 잔류한다는 오해도 있지만 실제로는 투약된 스테로이드는 소변과 대변 등으로 몸 밖으로 배출된다.

배상철 한양의대 류머티스내과 교수는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썼다가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약을 끊으면 금단현상으로 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며 “장기간 저용량을 투여할 때는 당뇨병이나 골다공증, 감염병 발생 여부를 의사와 함께 면밀히 체크해서 써야 한다”고 말했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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