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과 해양경찰이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사라졌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시신 등을 찾기 위해 연평도 서방부터 소청도 남방까지 해역을 광범위하게 수색하고 있는 모습. 해양경찰청 제공. |
북한군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실종 사건을 수사 중인 해양경찰이 이모(47)씨가 도박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는 등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이라고 재차 결론을 냈다.
22일 해양경찰청 윤성현 수사정보국장은 지난달 29일 중간수사 발표 이후 가진 간담회에서 “실종자는 출동 전·후는 물론 출동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돼 있었다”며 “각종 채무 등으로 개인회생 신청, 급여 압류 등 절박한 경제적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씨의 실종 동기와 관련해서는 금전적 문제로 압축시켰다. 수사팀은 이씨의 급여·수당·금융 계좌분석과 과거 사용했던 3대의 휴대폰 감식, 주변인 진술 등으로 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파악했다.
수사팀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6월부터 최근 15개월 간 도박계좌에 591회나 송금하며 급여는 물론이고 금융기관 및 지인 등으로부터 빌린 돈으로 수억 원대 인터넷 도박을 해왔다. 실종 전 출동 중에는 어업지도선 동료와 지인 등 30여명에게서 꽃게 구입 명목으로 돈을 받아 마지막 당직근무 직전(9월20일 오후 10시28분)까지 배팅을 계속했다.
수사팀은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붉은색 계열의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추가 확인했다. 이씨의 침실을 바로 전 사용했던 동료 진술을 토대로 앞서 A·B·C형 총 3개의 구명조끼가 보관 중이었고, 사건 뒤 B형(붉은색)이 사라진 점으로 미뤄 이씨의 착용 가능성을 높게 봤다.
지난 9월 21일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공무원 이씨의 슬리퍼. 연합뉴스 |
다음으로 선미 밧줄 더미 속에서 발견된 검정 슬리퍼를 이씨의 것으로 특정한 데 대해 무궁화10·13호 직원들 모두 ‘자기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고, 이들 중 2명이 “무궁화13호 식당에서 TV를 볼 때 실종자가 신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수사팀은 이씨의 실족과 극단적 선택 가능성은 작게 판단했다. 윤 국장은 “실종 당일 무궁화10호는 닻을 내리고 정박한 상태에서 기상도 양호했다”면서 “선박 양측에 유사시에 사용할 수 있는 줄사다리가 거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씨가 북측에서 발견될 당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정황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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