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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유서가 된 프랑스 교사의 조서 "위법행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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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부터 중학생까지 사건 연루
한국일보

20일 프랑스 파리 북부 콩플랑 생토노린 거리에서 사뮈엘 파티 교사의 유가족과 동료들이 고인의 사진을 들고 침묵의 행진에 동참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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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를 수행하면서 그 어떤 위법 행위도 없었다.”

표현의 자유를 설명하기 위해 수업 중 이슬람교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보여줬다는 이유로 잔혹하게 살해당한 프랑스인 교사 사뮈엘 파티(47)가 앞서 경찰에 나와 진술한 내용이다. 이 조서가 결국 그의 유언이 돼버렸다고 프랑스앵포 라디오는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티는 피살 나흘 전인 지난 12일 수업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로부터 음란물 유포 혐의로 고소돼 경찰에 출석했다. 조사에서 파티는 “수업 전 앞으로 나올 이미지가 불쾌할 수 있으니 고개를 돌려도 된다고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자신을 고소한 학부모의 자녀는 당일 수업에 출석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파티는 “학생이 소문을 듣고 이야기를 지어냈다”며 “교사로서 내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한 허위 진술”이라고 항변했다.

파티는 문제를 제기한 학부모를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기도 했다. 해당 학부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영상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그는 16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일면식도 없는 18세 청년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목이 잘린 처참한 모습이었다. 체첸 출신의 용의자는 일방적 주장이 담긴 SNS 영상을 보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프랑스 대테러검찰청(PNAT)은 사건에 연루된 7명을 대테러 판사에게 넘겼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파티의 신상을 공개한 학부모가 용의자와 휴대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학부모는 앞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행동에 나서야 한다”면서 교사의 이름과 학교 주소, 자신의 연락처를 공개했다. 용의자는 여기서 연락처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기소 대상에 중학생 2명이 포함돼 충격을 안겼다. 이 중 한 명은 150유로(약 20만원)씩 두 차례 돈을 받고 용의자에게 퇴근하는 교사를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학생은 용의자가 살인을 저지를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돈은 정보를 알려준 다른 학생 4명과 나눠 가졌다고 진술했다. 대테러판사는 검찰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들을 기소할지, 아니면 추가로 수사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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