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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운임 두배줘도 제품 실을 선박 없어"…부산항에 컨테이너만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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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물류비 폭등 ◆

매일경제

21일 오후 부산 신선대에서 바라본 부산항 북항 전경. 선박 품귀현상으로 컨테이너 운임이 치솟으면서 컨테이너가 선박에 제때 실려나가지 못해 야적장에 많이 쌓여 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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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2시 부산시 강서구 부산신항의 한 터미널. 양쪽으로 수천 개 컨테이너가 줄지어 쌓여 있었고, 한쪽에는 컨테이너가 6단까지 겹겹이 놓여 있었다. 수출 물량이 터미널에 들어온 뒤 컨테이너를 싣고 나갈 배가 부족해 쌓여만 있던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터미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이 다소 진정되면서 수출 물량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데 물건을 실어 나를 배를 구하지 못해 컨테이너 운임이 급등하고 있다"며 "불과 몇 개월 사이에 2배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이 급감했고, 선사들은 운용 선박 수를 줄였다"며 "최근 중국에서 출발하는 물동량이 증가했고 선사들이 중국에 우선적으로 배를 할당하면서 해상 운임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대기업들이 컨테이너 공간(스페이스)을 100개 요구하는데 30개밖에 못 받는 상황이라 웃돈을 얹어 줄 수밖에 없어 운임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들이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은 대부분 중국과 부산을 거친 뒤 미국으로 향하는데, 중국에서 상당수 물량을 실은 뒤 부산으로 오기 때문에 자리가 없다"며 "가끔은 중국에서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뒤 부산을 건너뛰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컨테이너선 운임이 대폭 오르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하늘길뿐만 아니라 바닷길 운임까지 오르면서 수출기업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물류 비용이 오르면 가격경쟁력이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다양한 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6일 기준 1448로, 2012년 5월 14일 1501을 찍은 뒤 약 8년간 1000 안팎을 유지하다 최근 들어 1400선을 다시 돌파했다. 항공화물 운임도 연초 후 고공 행진하고 있다. 홍콩에서 발표하는 TAC 항공운임지수에 따르면, 홍콩~북미 노선의 운임은 지난달 평균 ㎏당 5.5달러로 나타났다. 운임이 최고치에 달하던 지난 5월(㎏당 7.7달러)과 비교하면 소폭 하락했지만 작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컨테이너선 운임 급등 문제를 두고 화주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적 선사와의 장기운송 계약을 통해 적취율(국내 수출입 물량 중 국적선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면 급작스러운 운임 시세 변동에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다수의 국내 중견·중소기업은 장기운송 계약보다는 상황에 따라 스폿성으로 화물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운임 등락에 취약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컨테이너선의 국적 선사 적취율은 지난해 47%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45.2%, 2017년 43.7%, 2018년 45.4%로 최근 4년간 50%를 밑돌았다. 일본(62%)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즉, 국내 수출입 물량 중 절반 이상이 외국 선사를 통해 운송되고 있고, 그만큼 장기운송 계약보다는 스폿성 운송 물량이 많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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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자국선 적취율 제고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가 직간접적으로 특정 화물에 대해 국적 선사 이용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모든 군용화물이나 정부 기관 소유의 화물·농산물 중 50% 이상 등은 국적 선사가 운송하도록 법제화했다. 중국도 자국 화물 운송을 국적 선사가 하도록 장려한다. 예컨대 선사와 화주가 협력 관계를 구축하도록 장기운송 계약 체결을 권하는 방식 등이다. 일본은 암묵적으로 '자국선 우선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18년부터 국적선 적취율 제고 등을 골자로 한 '해운 재건 5개년 계획'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국적 선사·화주 간 장기계약을 유도해 국적 선사가 화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부 정책이 화주보다는 선사에 치우쳐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수출 주도형 한국 경제 체제에서는 선사와 화주 간 협력 관계가 필수이지만, 현재 정부 정책은 이를 구축하기에 미흡하다"며 "막대한 운임 부담에 대한 지원책 등 수출기업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박동민 기자 / 송광섭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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