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내 미래 어그러졌는데, 하루빨리 보상을” 호소
“금융사 사기 행각은 사라져…뉴스도 보기 싫다” 불신 팽배
“금융소비자 피해 용납 못해”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의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옵티머스 펀드 금융사기와 관련해 책임을 방기한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를 규탄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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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검찰총장, 청와대 수석, 기업 회장, 검찰 출신 변호사, 검사까지 다양한 이들이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거론되는 동안 정작 금융사기의 피해자들은 잊히고 있다. 사태가 정·관계 로비 파문으로 번지면서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는 묻혀 피해 구제가 제대로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의 피해자 이모씨는 50대 보험설계사로 어머니와 함께 10평 빌라에서 산다. 그동안 모은 전 재산 1억원을 ‘안전하다’는 증권사 직원의 말만 믿고 라임 펀드에 투자했다. 1년만 돈을 넣어뒀다 오피스텔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펀드 가치는 폭락했다. 이씨는 “미래가 완전히 어그러져 버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신증권에서 손해액의 30%를 선지급받아 여기저기서 받은 대출에 더해 어떻게든 잔금을 치렀지만 대출 이자가 걱정이다. 이씨는 “요즘 너무 정치적으로만 몰고 가는 거 같다”며 “피해자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정당한 보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에서 라임 펀드에 가입한 피해자만 400명이 넘는다. 대신증권 라임 피해자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얼마 전 피해자 한 분이 노령으로 돌아가셨는데 사기당한 후 피해 복구를 제대로 못 받고 돌아가시니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피해자들에게 손실액에 대해서만 30% 선지급을 결정했다. 판매사들 중 최저 수준이다.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들도 “요즘 뉴스 보기가 싫다”고 말했다. A씨(76)는 “정치권에서 서로 꼬투리 잡아 늘어지는 것 정말 꼴보기 싫다”며 “피해 사실이나 금융사들의 사기 행각은 따지지 않는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NH투자증권사에 처음 온 고객들께 드리는 특별서비스’라는 프라이빗 뱅커(PB)의 전화에 아들 퇴직금과 자신이 모은 돈을 합쳐 2억원가량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 그는 아직 아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옵티머스 펀드사기 피해자모임 소속 B씨도 “여야 정치권이 정쟁처럼 누가 옳고 그른지 따지는데 본인들의 정치적 이익만 있지 심하게 얘기하면 피해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자금 회수를 이유로 선지급이 지체되고 판매사와 수탁은행이 서로 다투는 동안 피해자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판매사들이 하루빨리 피해자들에게 전액 배상한 뒤 구상권 청구 등을 통해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 시민단체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옵티머스 사건 관련 공방이 이어지지만, 정작 사건의 근본 원인을 찾아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없다”며 “금융당국은 제도를 총체적으로 개선하고 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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