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아직 정책·제도 뒷받침 없어…장기 목표 필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원산갈마비행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2019'를 참관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북한이 국방산업을 우선시하는 전통적인 발전 전략에서 벗어나 군수산업의 민수전환 움직임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20일 발간한 '김정은 시대 경제 발전 전략과 군수산업의 역할' 보고서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의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 군과 군수산업의 역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정권은 초기부터 경제발전보다는 국방력 강화를 중요시해왔다. 김일성 시대의 '경제·국방 병진노선', 김정일 시대 '선군경제건설노선', 김정은 집권 초기의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두 군수산업의 발전을 우선시하는 노선이다.
그러나 2017년 핵실험 이듬해인 2018년 4월 북한은 '경제건설총력집중 노선'을 제시해 경제건설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다.
이런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군사시설의 용도 전환, 군수공장의 생산 다각화, 군수산업에서 발전시킨 기술의 민수산업 응용 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최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북한은 군사기지가 위치한 강원도 원산갈마반도를 2018년 이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로 건설하고 있고, 비행연대가 주둔하고 있던 함북 경성군 중평리에도 대규모 온실 농장과 양묘장을 지었다.
또 군수공장에서 스키장용 에스컬레이터·케이블카 등 민수경제 건설에 필요한 설비나 소비재를 만들어내는 생산 다각화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 위원은 이 과정에서 내각의 역할과 위상도 커져서 기존에는 국방공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데 그쳤지만 새 노선에서는 군의 역할을 조율할 수 있게 됐을 정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은 2016년 노동당 제7차 대회 이후 내각 총리가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 포함돼 군사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했고, 작년 12월 당 중앙위원회에서도 내각의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최 위원은 이 같은 북한의 변화 사례들이 "(군수산업의) 민수전환의 성격을 갖고 있다"면서도 민수전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정책적·제도적 뒷받침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은 공급 부족이나 품질 불량을 보완하기 위해 군수산업을 활용하는 양상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주장한 대로 군의 경제적 역할을 높여 경제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방식, 즉 민수전환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북한 당국은 지금보다 장기적 전망과 목표를 갖고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성공적인 전환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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