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기자가만난세상] 연애의 목적은 ‘연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근 동네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올해 서른이 된 여성 A는 다섯 살 위의 남자친구와의 연애가 갈수록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이유를 묻자 “오빠가 나이가 적지 않다 보니 결혼 생각이 있는 듯하다. 난 아직 당장 결혼할 생각도 없고, 결혼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어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A에게 남자친구가 결혼을 직접 언급하거나 혹은 암시하는 말을 한 적이 있냐고 물으니 A는 “딱히 결혼에 대한 뜻을 직접적으로 내비치거나 그런 건 아닌데. 오빠 나이가 30대 중반이고, 결혼적령기이니 결혼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다. 이 대화를 듣던 20대 후반 여성 B도 “저도 나이 차이를 보진 않는데, 30대 중후반의 남성은 1년 안에 결혼하자고 할 것 같아 꺼려진다”고 거들었다.

A와 B의 말을 들으니 문득 흘러간 나의 지난 연애가 떠올랐다. 5살 아래였던 그녀는 헤어질 때 “난 아직 결혼 생각이 없는데, 오빤 1년 안에 결혼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 그래서 좀 부담스러워”라고 말했다. 나 역시 A의 남자친구와 마찬가지로 결혼을 직접 언급하거나 결혼을 암시하는 말을 한 적도 없어서 무척 억울해했다. A처럼 그녀도 30대 중반의 내 나이가 주는 결혼에 대한 압박을 느꼈던 걸까 싶었다.

세계일보

남정훈 경제부 기자


술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에 빠졌다. 연애의 목적이 과연 결혼인 걸까. 흔히 그렇게 생각들 한다. 하지만 내 결론은 결혼은 연애의 한 결과일 뿐, 결코 목적은 아닐 뿐 아니라 ‘아니어야’ 한다는 거다. 연애의 목적은 그저 ‘연애’일 뿐인데. 나이가 좀 들었다고 해서 결혼을 위해 연애한다고 치부되는 현실과 그런 내 나이가 싫어졌다.

하나 더. 과연 결혼적령기라는 게 존재하는가. 대체 몇 살부터 결혼적령기란 말인가. 지난 추석은 코로나19로 친척들을 만나지 않아 결혼 잔소리를 듣지 않았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33~34살이었던 2~3년 전부터 “훈이는 언제 결혼할 거니?”라는 질문을 들었던 것 같다. 33~34살쯤이 결혼적령기의 막차쯤 되는 건가. 그 잣대를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긴 하다. 어느덧 주변 친구나 대학 동기들 중에 기혼자 수가 미혼을 넘기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사람마다 결혼적령기는 다른 것 아닐까. 결혼은 나이에 쫓겨서 하는 게 아니라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이 생기면 하는 거니까 말이다. 고로 결혼적령기는 평생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는 때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1970년의 1000명당 혼인건수와 이혼건수는 각각 9.2, 0.4였고, 2018년엔 5.0, 2.1이다. 결혼은 줄고, 이혼은 늘고 있다. 치솟는 부동산값에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시장까지…. 안 그래도 삶이 팍팍한 2030 미혼남녀들이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게 결혼이란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을 나이에 쫓겨 하면 이혼은 더 늘어나지 않을까.

그러니 주변 30대 중반을 넘기는 남녀들에게 “결혼 언제할 거니?”라는 질문은 하지 말자. 아울러 30대 중반의 남녀들도 연애의 목적은 그저 ‘연애’임을 알아달라. 김연자 누님도 ‘아모르 파티’에서 그러지 않았는가.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고.

남정훈 경제부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