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로고. 경찰청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대 여성에게 이른바 '스폰서'가 돼주겠다고 속여 접근한 뒤 불법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2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가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에게서 얻어 낸 성 착취물을 협박의 도구로 삼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범행 수법을 따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스폰서를 연결해주겠다며 20대 여성에게 접근해 만남을 가진 뒤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20대 남성 A씨를 사기 및 협박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월 SNS를 통해 본인을 '스폰서 중개인'이라며 피해 여성 B씨에게 접근했다. "돈이 많은 사람을 스폰서로 연결해주겠다. 스폰서가 한 달에 6,000만원을 줄 것"이라는 메시지에 B씨가 관심을 보이자 A씨는 곧바로 '만남을 주선하겠다"며 B씨와 약속을 잡았다. 정작 약속 장소에 나타난 건 A씨였다. A씨는 스폰서 행세를 하며 B씨를 속이고 성관계까지 가졌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스폰서 중개 쪽에 문제가 생겨 대화방을 없애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뒤 잠적했다.
그러다 A씨는 3개월 뒤인 지난 4월 다른 SNS 계정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스폰서를 연결해주겠다"며 다시 접근했다. 하지만 B씨가 응하지 않자 A씨는 "지난 1월 모텔에서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갖고 있다"며 협박하기 시작했다. A씨는 '00동 모텔 그녀 개봉박두' 같은 표현을 써가며 신상을 폭로하겠다는 식의 협박 메시지로 B씨를 압박했다. 괴롭힘에 시달리던 B씨는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지난달 붙잡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수법을 인터넷에서 보고 따라했다"는 식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주빈이 피해자를 압박해 얻어 낸 성 성착취물을 갖고 피해자를 옭아매는 걸 보고 A씨도 조씨의 수법 그대로 불법촬영물을 협박의 도구로 삼은 것이다. A씨의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A씨가 실제로 불법촬영물을 갖고 있는지, 추가 피해자는 없는지 등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n번방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쌓인 이후에도 문제의식에 공감하긴커녕 여전히 성착취를 놀이문화로 생각하는 사례”라며 “확실히 처벌하고 상시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관계기관과 협조해 디지털성범죄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