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한석씨 녹취록에 등장한 '靑 네트워크'
1조원대의 금융피해를 야기한 라임 사태와 관련해 증권사들이 투자자들한테 '청와대 네트워크'를 거론하며 펀드 상품을 판매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미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꼽히는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라임의 청와대를 비롯한 정·관계 로비 의혹이 밝혀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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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이 핵심이다. 네트워크가 있다”
14일 라임펀드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방송인 김한석씨의 변호인은 "지난해 12월 김씨에게 라임 펀드를 판매한 장모 전 대신증권 센터장이 청와대 네트워크를 거론하며 라임 사태를 청와대 인사가 다 막는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장 센터장의 말을 믿고 8억여원을 투자했다가 현재 95%의 손실을 본 상태다.
김씨의 변호인을 통해 본지가 입수한 김씨와 장 전 센터장 간에 오간 40여분간의 대화 녹취록에는 “(김 모 전 청와대 행정관) 여기가 핵심이고 (라임 사태를) 이분이 다 막았다. 김상조(청와대 정책실장)에게 들어가는 우리은행 내부문건을 내가 입수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두 사람 간의 대화는 장 전 센터장이 김씨를 만나 투자를 권유하는 상황에서 오간 것이다.
장 전 센터장은 김씨와의 대화에서 청와대와 관련한 ‘네트워크’를 언급했다. 그는 김씨에게 김 전 청와대 행정관의 명함을 보여주며 “형님한테만 얘기 드린다. 여기가 핵심(키)이다. 14조를 움직인다”며 “네트워크가 쭉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씨는 “하! 진짜?”라며 놀라는 반응과 함께 “이거는 나랏돈인지, 아니면 이 사람 돈인지”를 되물었다. 이에 장 전 센터장은 “(김 전 행정관) 여기가 핵심이고 (라임 사태를) 이분이 다 막았다”고 설명한다.
해당 대화에서 언급된 김 전 행정관은 실제로 김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뇌물을 받고 라임 관련 금융감독원 문건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달 18일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금감원에서 근무하던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2월 13일부터 올해 2월까지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산하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돼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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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서 자문단 사람 다 받았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라임자산운용 인력구성 계획안' 문건. 정용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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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전 센터장은 라임자산운용 인수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로부터 받은 자문단’도 언급했다. 그는 “(라임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자문단이 둘 들어갈 건데 청와대에서 자문단에 들어가는 사람까지 다 받았다”며 “한쪽은 돈을 많이 끌어올 수 있는 쪽으로 만들 거고, 이쪽은 (금융)감독원 출신, 검찰 출신, 경찰 출신, 변호사 등 쓰레기 처리반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지난 1월 확보한 ‘라임자산운용 인력구성 계획안’ 문건에 따르면 당시 김 전 회장은 실제로 이 인수단을 구성할 계획을 짰다. 여기에는 금감원에서 근무하면서 기획조정국장 등을 역임했던 A씨를 비롯해 대형로펌 변호사 출신의 고문과 기자 출신 마케팅·홍보본부장 등이 합류하기로 돼 있었다. 이러한 인수단은 올 초 약 한 달간 활동을 지속하다가 지난 2월 14일 라임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금감원의 중간검사 발표 이후 활동이 중단됐다.
한편 올해 초 김한석씨가 익명으로 공개한 해당 녹취록에는 라임 사태의 주범인 김 전 회장과 김 전 행정관의 존재가 처음으로 언급됐다. 장 전 센터장은 김 전 회장을 “로비를 어마무시하게 하는 회장님”이라고 설명했고 김 전 행정관을 두고는 “이 분이 다 막았어요”라고 언급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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