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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베를린 소녀상' 철거 위기

이용수 할머니 "베를린 소녀상은 피해자의 한과 슬픔... 철거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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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과거 반성한 국가... 철거는 나쁜 행동"
베를린서도 400명 모여 독일 당국에 항의집회
한국일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은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오른쪽은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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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움직임을 두고 "세계 역사와 인권 문제의 상징인 소녀상 철거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할머니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 당국의 결정을 규탄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 할머니는 "독일은 일본과 다르게 과거 역사를 반성하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는 것에 앞장선 국가"라며 "세계 양심의 수도라고 부를 수 있는 베를린의 소녀상이 철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안부 피해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문제"라면서 "소녀상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과 슬픔, 후세 교육의 심장과도 같아, 철거 주장은 나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과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참석했다. 이들은 '독일 평화의 소녀상 철거 반대' '일본 소녀상 철거 로비 규탄'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이 할머니의 곁을 지켰다.

앞서 미테구청은 이달 7일 베를린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한국계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협의회)에 소녀상 설치 허가 취소 공문을 보내 "14일까지 협의회가 자체적으로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당국이 직접 철거에 나설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협의회는 12일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 명령 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베를린시가 13일 법원의 판단이 있을 때까지 소녀상 철거를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미테구는 사전에 알리지 않은 비문(碑文)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철거 이유로 들었다. 소녀상과 함께 설치된 이 비문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동원했고, 이 같은 전쟁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생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테구는 이 내용이 독일과 일본 간의 불필요한 외교적 긴장 관계를 만들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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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미테구 소녀상 앞에서 독일 당국의 소녀상 철거 지시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항의 시위가 열린 가운데 한 시민이 소녀상 앞에 꽃을 놓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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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독일 측의 조치는 일본 정부의 소녀상 철거 요구 직후에 이뤄져, 일본의 지속적 압력을 독일이 수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이달 1일 프랑스 방문 당시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에게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은 독일 현지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협의회는 13일 베를린 소녀상 앞에서 현지 교민과 독일 시민 등 4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항의 집회를 열고, 미테구청 앞까지 30여분간 행진하며 철거 명령 철회를 요구했다. 슈테판 폰 다셀 미테구청장에게 직접 항의 서한을 전달한 협의회 측은 철거 명령이 철회될 때까지 1인 시위 등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주말 유엔에 항의 서한을 전달한 정의연도 이날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61차 수요시위에서 "일본 정부 및 우익단체의 지속적인 소녀상 철거 압력과 베를린시 미테구의 철거 공문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폄하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철거 명령의 부당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일본 시민단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도 13일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일본 정부의 소녀상 철거 요청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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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기억연대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인근 소녀상에서 제1461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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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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