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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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달째 동결했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한 가운데, 한국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낼 때까지는 현재의 저금리 상태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본관에서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0.50%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금리는 지난 5월 이후 5개월째 그대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완화적인 금융여건 안에서 재정의 확장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점, 그동안 취한 통화·재정정책의 대응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며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일 대까지 완화적 통화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8월 금통위 이후 국내 경제상황에 대해 '더딘 회복세'로 평가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은 8월 전망치 -1.3%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내경제의 회복세'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우리 경제가 정상궤도로 복귀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상황을 의미한다"며 "한 두 가지 지표로 판단할 수는 없고, 코로나19 전개상황과 실물지표의 흐름, 그 시점에서의 경기전망을 종합적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 2.8%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수치만 갖고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내년 플러스 성장을 하더라도 본격적인 회복세를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대외 여건에 대해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제로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는 스탠스를 밝혔는데, 다른 나라들도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고 말했다.
추가 금리인하에는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이 총재는 "늘어나는 가계대출이 자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될 경우 추가적인 금융불균형 축적 요인이 되기 때문에 가볍게 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서는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돼도 내년말이나 돼서야 금리정상화를 논의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성장세가 8월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경기가 더 나빠져서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지게 된다"며 "한은이 상당기간 동결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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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준칙 도입 필요…단순성·강제성·유연성 갖춰야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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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정부부채 급증과 관련해서는 "가계와 기업을 보호하고 장기적인 성장기반 훼손을 막기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위기 상황에서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정부의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움직임도 긍정적으로 봤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빠른 저출산, 고령화로 의무지출 급증이 예상되고 있어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효과적인 재정준칙 조건으로 목표가 명쾌한 단순성, 시행을 강제할 강제성, 위기시 재량적 운용을 말하는 유연성을 제시한 바 있는데, 정부의 재정준칙안에 대해서도 이런 각도에서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고 국회를 중심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최선의 방안이 마련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고은 기자 doremi0@, 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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