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전두환·노태우 동상 철거 놓고 논란 지속
충북도, 5·18단체 면담 하루 뒤 “철거” 결정
여론수렴, 근거법 검토 없이 졸속 발표 지적
도의회 “철거 논란 지펴놓고 뒷감당은 의회에” 불만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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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가 지난 5월 발표한 청남대 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철거 방침을 놓고 지역사회가 찬반으로 나뉘어 6개월째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충북도의회는 동상 철거를 뒷받침할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 계획이지만, 의견 수렴 절차로만 끝날 가능성이 높다. 충북도가 충분한 검토 없이 철거 방침을 먼저 발표하면서 지역 갈등을 조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충북도의회에 따르면 의회는 오는 14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충청북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 제정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 토론회는 청남대에 설치된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를 놓고 찬반 갈등이 커지자, 관련 조례 제정 여부와 추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됐다.
대학교수와 법조계·충북연구원·언론·시민 사회단체 관계자 등 패널 6명이 토론자로 나오고, 찬반 단체도 각 1명씩 의견을 발표한다. 토론은 동상 철거에 대한 찬반 입장보다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을 준비했다.
도의회는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의원 간담회를 열어 동상 철거에 대한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 임영은 충북도의회 의원은 “찬반 단체가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상임위 위원들이 추가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토론회 이후 도민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할 계획인데, 이 결과가 조례 제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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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5·18단체 "10월까지 전두환 동상 철거해야"
충북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지난 5월 13일 충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 청주시 상당구 청남대에 설치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과 대통령길 폐지를 요구했다. [사진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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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를 둔 갈등은 예견된 결과였다.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하면서 근거법을 검토하지 않았고, 반대단체 의견도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북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지난 5월 13일 이시종 충북지사를 만나 “군사반란자인 전두환·노태우 동상을 철거하고 대통령 길 역시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충북도는 이튿날인 5월 14일 도정자문단 13명과 회의를 열고, 동상 철거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철거 시기에 대해서는 “추후 도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 도의원은 “충북도가 철거 결정을 발표하기에 앞서 공청회나 여론조사를 먼저 진행했다면 찬반 단체가 갈등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동상 철거를 정당화할 법률이 없어서 의회가 조례를 만들고, 토론회도 진행하게 됐다. 집행부가 철거 논란을 만들어 놓고, 뒷감당은 의회가 떠안는 꼴이 됐다”고 토로했다.
동상 철거를 놓고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자 충북 5·18단체는 지난달 14일 충북도청을 찾아 철거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시종 지사가 지난 5월 13일 ‘2개월을 기다려 달라’고 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10월 30일까지 동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동상 폐기를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쪽의 청와대’란 뜻의 대통령 옛 별장인 청남대는 198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 조성됐다. 역대 대통령 6명이 89차례에 걸쳐 472일 동안 이곳에서 머물렀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충북도로 관리권을 넘기면서 민간에 개방됐다. 도는 청남대에 역대 대통령 유품, 사진, 역사 기록화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등 역대 대통령 10명의 동상도 세웠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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