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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활성화 골몰…‘과세 형평’ 잊은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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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3억원

정부안, 여야·투자자 모두 반발

근로소득 비해 특혜 지적에도

과세 문제 원칙 없이 갈팡질팡

[경향신문]

경향신문

8일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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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33% 세율이 적용되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는 정부안에 개인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정치권이 맞장구치면서 ‘과세형평’ 원칙이 표류하고 있다. 일해서 번 근로소득에는 엄격한 과세가 적용되는 반면 돈으로 돈 버는 자산소득에 대해선 ‘주식시장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특혜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정부안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대주주 10억원 요건에 적용돼 세금을 3억원 정도 냈던 사람으로서 얼마나 불편했는지 모른다”(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야가 뜻을 모으면 (대주주 요건 10억원 유지가) 가능할 것”(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등의 발언이 잇따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안을 고수했다. 2년 전 시행을 예고한 터라 “정책 일관성과 자산소득 과세형평을 고려하면 (변경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3억원 요건은 유지하며 가구 합산이 아닌 개인별 합산을 적용하는 방안과 또 다른 대주주 기준인 ‘지분율 1% 이상’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식 양도세 전면 과세에 앞서 그간 단계적으로 ‘대주주’ 기준 범위를 확대해왔다. 2017년에 종목당 25억원, 2018년 15억원, 2019년 10억원에 이어 내년엔 3억원으로 낮아지는 식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개인 주식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조세저항도 커지고 있다. ‘3억원이 무슨 대주주냐’ 하는 입장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개인 투자자들에 대한 과세를 늘린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데 정부가 ‘대주주 논리’를 차용하다가 논란을 키웠다”면서 “주식 양도차익에 제대로 과세를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주식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며 근로소득에 비해 자산소득을 차별적으로 우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에 대해 정부는 5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한 바 있으며, 이는 같은 액수의 근로소득 또는 이자소득일 경우 세금을 내야 하는 것과 형평성에서 어긋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그동안 주식시장 활성화, 소액투자자 지원이라는 명분 아래 일정 액수 이하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비과세 혜택을 주었지만 이제는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주주 기준이 원안대로 강화될 경우 올해 말 매물이 늘며 주식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이를 우려해 조세원칙을 훼손하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7월 금융세제 개편안을 내놨다가 반발 여론에 떠밀려 2023년부터 시행 예정인 주식 양도차익 비과세 기준을 20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완화한 바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개인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준 게 오늘의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여야를 안 가리고 유권자 듣기 좋은 소리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제 주변의 월급쟁이, 제 또래의 30대 초반 직장인 중 누가 한 주식 종목에 3억원을 넣을까 싶다”며 “주식 유튜버들이 대주주 문제도 선동하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임아영·윤승민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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