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이후에도 유튜브 채널로 이어가
경제교육서 비롯된 시도…"그래도 등교가 그리워요"
학급화폐로 경영되는 부산의 초등학교 6학년 교실을 담은 '세금내는 아이들' 유튜브. 유튜브 채널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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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교에서는 ‘돈’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걸까?”
부산 해운대구 송수초등학교 옥효진(31) 교사는 항상 경제 교육의 부재가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 교과과정에서는 4학년 때 용돈기입장 작성에 대해 배우고 6학년에 가서야 경제를 배우는데 항상 충분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6개월여의 준비 끝에 옥 교사는 지난해 3월부터 6학년 담임 학급을 대상으로 1년간 학급화폐를 통해 학급경영을 하고 있다. 신학기 개학 후 학생들은 모두 각자 직업을 갖고 월급을 받으며 자리임대료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전기료 등의 세금을 내고 그 세금으로 학급을 운영하는 식이다. 처벌과 보상도 학급화폐인 ‘미소’로 이뤄진다. 각자의 통장으로 저축을 하고, 사업도 하면서 아이들은 실시간 경제 교육을 체험하는 것이다. 학생 전원이 국회의원이기도 해 입법활동도 가능하기에 스스로 직업과 규칙을 만든다.
한국일보와 인터뷰중인 옥효진 교사. 줌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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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교사는 이런 실험 과정을 올해 2월 유튜브에 개설한 ‘세금내는 아이들’ 채널을 통해 공개해 화제가 됐다. 더 많은 학급 경영 실험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는 학급화폐 경영에 필요한 양식과 자료도 유튜브에 공유해 뒀다. 반응은 뜨거웠다. 학생들뿐 아니라 성인들도 ‘내가 학교 다닐 때 이런 경제 교육을 받았다면 좋았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옥 교사는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니 무계획적으로 소비한 친구는 '커서는 이렇게 하면 안될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며 "1년간 교실에서 실패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커서 스스로 돈관리를 시작했을 때 이때를 돌아보면서 계획적인 금융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올해 옥 교사의 두번째 실험은 사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 위기에 놓였다. 화폐로 돌아가는 학급 생태계는 아이들이 서로 만나 교류하고 은행에 가고 가게에서 과자도 사 먹는 등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이뤄지는데 모든 활동이 원천봉쇄됐기 때문이다. 옥 교사는 “부산은 6월부터 등교개학이 시작됐는데 그 전에는 줌(Zoom) 등 온라인 수업에 적응하는 게 우선이어서 학급 경영은 내려놓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유튜브 채널이 온라인 학급경영을 살리는 발판이 됐다. 유튜브 채널 콘텐츠의 조회수가 늘고 긍정적인 피드백이 쌓이면서 '신바람'이 난 것이다. 옥 교사는 “이런 활동을 더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 방법을 모색하다 온라인 통장을 만들어서 저축 활동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온라인 수업에 사용하는 구글 클래스룸에서 학생 개인별 온라인 통장을 만들어 교사와 학생만 열람할 수 있게 했고, 등교수업 날에는 기존 직업활동을 통해 월급을 받고, 세금을 내고, 저축을 하는 활동을 1학기에 할 수 있었다.
구글 클래스룸에서 아이들이 만든 통장 내역. 재난지원금 100미소(학급화폐 단위)를 지급받은 아이는 '일기 작성 면제권'으로 50미소를 지출했다. 세금내는 아이들 유튜브 채널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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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교사는 “사회의 경제생태계를 교실로 옮겨 놓으니 신종 코로나의 타격도 그대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대표적이다. 신종 코로나로 예년처럼 반 전원이 참여할 수 있는 직업을 만들 수 없어 학생 절반은 무직상태가 됐다. 소득세는 내지 않아도 자리임대료, 전기료, 건강보험료 등은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에 대한 학급회의를 열자, 아이들 사이에서 ‘재난지원금 주세요’라는 요청이 나왔다. 옥 교사는 “재난지원금을 누구까지 줄 지, 얼마나 줄 지를 결정했는데 공무원은 빼고 주자, 무직자만 주자 등 실제 사회에서 일어나는 논쟁처럼 이견이 많았다”며 “결국 60%의 찬성률로 반 전원에게 100미소를 국채를 발행해 지급하기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학급 생태계는 옥 교사도 미처 예상치 못한 학생들의 요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보험 개념은 아직 도입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학급 내 실업자가 많아지고 재난지원금도 주다보니 아이들이 ‘실업급여 만들어주세요’라고 제안하더라”며 “고용보험을 만들어서 신종 코로나 장기화로 실직 상태가 되면 보험 가입한 경우 보험금을 주도록 해서 몇몇 친구들은 실업 급여를 지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등교수업 중 아이들에게 세금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 옥 교사. 세금내는 아이들 유튜브 채널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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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는 기존의 직업들이 사라지는 대신, 예전엔 없던 직업들이 생기기도 했다. ‘철밥통’이었던 교실 급식도우미 5명은 2학기 등교인원 감소로 급식실을 이용하면서 실직했다. 대신 매일 쓰는 교실 문 손잡이 등을 쉬는 시간마다 소독하는 ‘방역업체’와 점심시간에도 밖에서 뛰어놀지 못하고 교실에 남아있는 친구들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신청곡을 받아 틀어주는 ‘교실 DJ’가 새 직업으로 등장했다. 옥 교사는 “모두 아이들이 제안한 직업들”이라며 “앞으로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지금은 없는 직업들이 새로 나올텐데 유익한 경험이 될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
절반 등교가 이뤄진 1학기에 비해 더 줄어든 3분의 1 등교가 이어지는 2학기는 학급 경영이 더욱 어려운 상태. 아이들의 직업활동도 사실상 멈췄고 학급 경제도 삐그덕 거린다. 1학기부터 실시간 쌍방향 수업과 과제 제시형 수업을 혼합해 사용한 옥 교사의 학급은 높은 참여율을 보이지만, 그래도 등교수업이 그립다고 말한다. 옥 교사는 “온라인 수업은 과제 피드백에 더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정에서의 참여도 차이가 나 학습 결손 문제가 분명 발생한다”며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과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었던 등교 수업이 더 자주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https://youtu.be/Ec6fy0jxoQ4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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