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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유엔 총회 무대에서 미국과 한국을 직접적으로 향한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미 대선을 한 달여 남겨둔 시점이자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직후 이뤄진 연설이어서 관련 언급이 있을지 주목됐지만, 이러한 현안은 물론, 아예 한국과 미국 이름이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75차 유엔 총회 일반토의 마지막 날인 29일 북한은 정상의 사전 녹화 영상을 보낸 대부분의 나라와 달리 김성 유엔주재 대사가 현장 연설에 나섰습니다.
김 대사는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첨단 무장 장비들이 조선반도에 끊임없이 투입되고, 각종 핵타격 수단들이 우리를 직접 겨냥하고 있는 것이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도 그 주체를 거론해 책임론을 부각하진 않았습니다.
지난해 같은 무대에서 김 대사는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고 돌아앉아서는 우리를 겨냥한 최신 공격형 무기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 군사 연습을 강행하고 있다"면서 우리를 대놓고 비난한 것과는 다소 온도 차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당시 김 대사는 "조미 관계가 좀처럼 전진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매달리면서 정치·군사적 도발 행위들을 일삼고 있는데 기인한다"며 미국을 정면 비판했으나, 이번에는 북미관계 언급을 아예 생략했습니다.
이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시점에서 일단 관망적인 태도를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이날 김 대사는 "오직 전쟁 그 자체를 억제할 수 있는 절대적 힘을 가질 때에만 진정한 평화가 수호될 수 있다"며 '자력갱생'을 여러 차례 강조,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든 저자세로 협상에만 매달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와 관련해서는 "우리 면전에서 온갖 형태의 반공화국 적대 행위들이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정도의 두루뭉술한 표현 외엔 이렇다 할 언급도 하지 않아 서해에서 우리 공무원 피격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발언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김 대사가 연설에서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강조하면서 "우리 공화국 정부는 전염병 유입 위험성이 완전히 소실될 때까지 사소한 행위나 양보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대목도 서해 사살 사건에 대한 우회적 변명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형택 기자(good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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