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은 기자(pi@pressian.com)]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뒤 인사 보복을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검사장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데 따른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반정모·차은경·김양섭 부장판사)는 29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검사장에게 2징역 2년을 선고한 파기환소 전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검사장은 2015년 8월 법무부 검찰국장 재직 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에 근무하던 서 검사를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전보시키는 인사안을 부하직원인 인사 담당 검사에게 작성하도록 시킨 혐의(직권남용죄)로 기소됐다. 경력 검사를 연속해서 부치지청(차장검사가 없고 부장검사가 있는 소규모 지청)에 발령하는 인사안은 인사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공소사실 내용이었다. 성추행 혐의는 고소 기간이 지나 기소되지 않았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2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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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안 전 검사장이 검찰 내에서 자신의 성추행 의혹에 관한 소문이 나자 서 검사를 쫓아내기 위해 인사담당 검사들에게 인사기준에 반하는 인사안을 만들도록 지시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서 검사를 창원지검 통영지청에 전보했다는 사실만으로 부장검사가 지청장을 맡는 지청에 근무한 경력 검사를 다음 인사에서 배려하는 원칙에 어긋난다거나 검사 인사원칙과 기준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사 담당자에게 서 검사를 통영지청에 전보시키는 인사안을 작성하게 한 것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시킨 때 성립한다.
검찰은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안 전 검사가 당시 인사 담당 검사 뿐 아니라 서 검사에게도 통영지청 전보라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내용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예비적 공소사실'에 따르더라도 무죄라고 판단했다. 국가공무원법 56조는 공무원은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서 검사 역시 원하지 않는 곳으로 전보됐다고 하더라도 직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다.
안태근 검사장 사건은 서 검사가 2018년 1월 안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서 검사의 폭로는 미투 운동이 타오르는 계기가 됐다.
다만 성추행은 공소시효 7년이 지나 처벌되지 않았지만 안 전 검사장이 성추행 문제제기를 하는 서 검사를 '인사보복'한 데에 대해선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됐다. 1심과 2심은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혐의를 사실이라고 보고 부당한 인사개입에 의한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대법원은 직권남용죄는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안 전 검사장이 인사 담당 검사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건 아니라는 취지에서다. 당시 대법원은 "'경력검사 부치지청' 원칙은 부치지청 근무 검사를 다음 인사에서 배려한다는 내용에 불과하다"며 "이를 지키지 않은 인사를 해도 이것은 '인사 재량권'의 범위에 든다고 볼 수 있어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조성은 기자(p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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