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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국민이 피격됐는데…정부는 초기·후속 대응까지 '총체적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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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응·섣부른 월북 발표·해군-해경 공조없어

北에 허찔린 남북공동조사…軍 "북, 구조하려 했었다"

뉴스1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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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47) 피격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한 남북간 설명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 당국의 대응 과정이 '총제적 부실'로 밝혀지고 있다.

우선 A씨가 북측 병력에 발견돼 총격을 당하기 까지 해상서 대치한 6시간 동안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A씨를 월북시도자로 단정한 섣부른 발표가 있은 데다, 당초 실종자 수색과정서부터 보인 해군-해경간 공조실패로 골든타임을 놓쳤다.

국방부는 6시간의 사실상 무대응을 둘러싼 비판이 고조되자 28일 "북한이 공무원을 구조하려 했던 정황이 있었다"는 당시 첩보 내용을 뒤늦게 공개했다.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실종자를 최초 발견한 이후) 상당한 시간 동안 구조과정으로 보이는 정황을 인지했다"며 "그러나 나중에 상황이 급반전되어 대응에 제한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북한은 A씨의 신원을 확인한 뒤 그를 구조하려 했으나 놓치면서 2시간 동안 찾아 헤매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인도주의적으로 A씨를 송환할 것으로 봤으나 갑자기 사건이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북측의 '인도주의적 송환'을 믿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2주전 북한이 코로나19 유입 방지를 위해 접경 지역에 무차별 사살 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이 전해진 상황에서 우리 측 대응이 너무 안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A씨의 피살 이후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 국방부가 이번 사건과 관련 북측에 관련 사실 통보를 최초로 요구한 시점은 이미 A씨가 피살 당한 이튿날인 23일 오후 4시 35분이었다. 군 통신선이 단절됐다면 25일 북한 통지문 수신으로 가동이 확인된 남북간 핫라인 채널을 통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북측과 접촉을 시도했었어야 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핵심관계자는 "첩보가 신빙성 있는 정황으로 확인이 되어 내용을 분석하고, 군 수뇌부까지 보고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첩보는 눈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첩보의 조각조각들을 재구성해야 하기에 첩보의 정당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강조했다. 첩보조각을 모으고 확인하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A씨 피격 이튿날까지 관련 사실을 발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당시에는 단순 첩보내용이어서 그대로 국민들에게 발표하는 것이 제한되며 첩보를 분석하고 확인하는데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를 발표하기 위해 관계장관회의를 수차례 하여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 피격 사실에 대한 첩보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신중했던 반면, A씨의 '월북 시도' 정황에 대해서는 초반 부터 단정적으로 발표했던 점 역시 비판 대상이다.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한 북한의 행위는 A씨의 월북 시도 여부와 별개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만행임에도 정부가 섣부른 발표로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켰다는 지적이다. 우리 국민을 무참이 사살하고 시신훼손 정황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월북 시도를 언급하는 바람에 사건의 무게중심이 '북한의 만행'에서 '월북 시도' 논란으로 옮아갔다.

A씨에 대한 실종 신고가 접수된 뒤 초기 수색 작업부터 나타난 해군-해경간 불통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해경은 군이 A씨 피격 사실을 발표한 24일 오전까지 관련 사실을 청와대와 국방부로부터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경은 A씨가 실종된 21일부터 소연평도 앞바다에서 수색 작업을 하다 해당 사건 공식 발표 직후 중단했다. 관련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채 엉뚱한 지점에서 며칠이나 시간을 낭비한 것이다.

지난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통문을 통해 "대단히 미안하다"는 내용의 사과를 전달한 이후 조치에도 문제가 있었다. 당시 북측은 피격 당시 상황에 대해 우리 측이 파악한 사건 경위와 상반된 설명을 했다. 이 때 곧바로 피격 공무원에 대한 공동 수색과 추가조사를 북측에 요청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가 26일 남북공동조사 방침을 밝혔지만 북측에 공식통보하는 걸 미루다가 다음날인 27일 북측에 허를 찔렸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2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북공동조사에 선을 긋으면서 "영해침범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다"고 경고한 것이다. 북측은 자체 수색에 나서고 있다면서 서해 경계선을 언급, 긴장 수위를 끌어 올렸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후 해수부 공무원 피격 5일만에 긴급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고, 청와대는 "북한의 사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전제한 뒤 진상규명을 위한 남북공동조사를 북측에 공식 제안했다.
bae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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