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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트럼프, 대법관에 `뼛속까지 보수` 배럿 강행…대선정국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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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예상대로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고등법원 판사(48)를 지명했다.

보수적 성향의 백인 여성으로 연방고법 판사가 되기 위해 이미 의회 인준 청문회를 거친 인물이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브렛 캐버노 대법관을 지명할 당시 막판까지 경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 인준 과정에서 돌발 변수를 배제하기 위해 가장 안전한 선택을 내렸다는 평가다. 하지만 민주당이 후보 지명 강행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국면에서 각종 선거 쟁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보수 성향 유권자를 결집할 수 있는 데다 코로나19 이슈를 희석시킬 소재도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후보 지명식에서 "배럿은 헌법에 쓰인 문구에 기초해 판결할 것"이라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과와 뛰어난 지성을 지닌 여성"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상원의 신속한 인준을 당부했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자녀들과 함께 등장한 배럿 지명자는 자신의 '멘토'이자 보수의 아이콘이었던 고(故) 앤터닌 스캘리아 연방대법관을 거론하며 "그와 나의 법 철학은 같다"며 "판결은 정책 결정이 아니며 정책적 관점은 배제돼야 한다"고 화답했다.

다만 배럿 지명자도 진보 진영의 반대 움직임을 감안한 듯 "내가 속한 진영이 아니라 여러분에게 봉사하기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을 가리켜 "인준을 받는다면 전임자를 유념할 것"이라며 "긴즈버그는 유리천장을 부쉈고, 모두에게 모범이 됐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대선 전 인준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 언론 '액시오스'에 따르면 공화당은 다음달 12일 인준 절차를 개시해 11월 3일 대선일 직전에 인준 표결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통상 70여 일이 소요된 인준 절차를 한 달 안에 완료하겠다는 얘기다. 법사위는 검증을 위해 서면 답변을 받고 관계자 증언도 청취한다. 이어 후보자를 불러 통상 사흘간 청문회를 연 뒤 상임위 차원에서 본회의 부의를 위한 표결을 한다. 인준 표결을 위한 본회의는 찬반 토론이 있지만 2017년 공화당이 대법관 인준 과정에서 필리버스터 제도를 적용하지 않도록 의사진행 방식을 변경했기 때문에 민주당이 무한정 시간을 끌 방법은 없다. 본회의에서는 전체 100명 가운데 과반수가 찬성하면 인준되는데 공화당 상원의원 53명 가운데 대선 전 인준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사람은 2명에 그친다.

민주당으로선 대법관 인준 과정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어 부담이다. 대법관 문제에 여론 관심이 과도하게 집중되면 다른 이슈까지 잠식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염려가 내부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상임위 단계부터 의사진행을 지연시키는 작전을 펴거나 인준 참여 자체를 보이콧할 수는 있다. 하지만 법사위원 22명 가운데 12명이 공화당이기 때문에 '단독 드리블'까지 막을 묘수는 없다. 설령 대선일까지 표결이 되지 않고 민주당이 승리한다고 해도 공화당은 상원 표결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편 미국 대선은 이제 TV 토론 단계로 접어든다.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29일 오후 9시(한국시간 30일 오전 10시)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첫 번째 TV 토론에서 맞붙는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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