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독일의 한 기념관에 전시됐던 채 10㎝가 안 되던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의 외교적 압박으로 철거된 후 1년 여만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독일 공공장소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베를린의 한국 관련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에 따르면 베를린 베를린 미테구(區)의 비르켄 거리와 브레머 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에 세워진 이 소녀상은 단발머리에 치마저고리를 한 소녀가 의자에 앉아 있는 형상이다.
왼쪽 어깨에는 작은 새 한 마리가 앉아 있고 오른편에는 빈 의자가 놓여 있어 시민들이 이 의자에 앉아 기념촬영을 할 수 있다.
설치 장소가 지하철역 인근으로 음식점과 카페가 많은 지역에 위치해 지역 시민의 접근성이 높고 주독 일본대사관과는 직선으로 2.8㎞에 불과하다.
설치를 주도한 코리아협의회는 시민이 많이 다니는 주변 거리에 소녀상 건립을 하기로 하고 베를린시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해왔다. 베를린에서 역사와 관련된 조형물을 공공장소에 세우는 기준은 상당히 까다롭다. 협의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국가 간 문제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전쟁 피해 여성 및 여성 인권 문제라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올해 초 베를린 도시공간문화위원회 등 관계 당국의 심사를 통과해 지난 7월 최종 허가를 받고 마침내 25일 독일 시민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설치된 것이다.
협의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여성 성폭력 극복을 주제로 한 전시관을 인근에 운영 중이어서 소녀상과의 연계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인근 고등학교 학생 등을 상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전 세계적인 전쟁 피해 여성들과 관련한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베를린 북부 브란덴부르크주(州)의 소도시 라벤스브뤼크에 전시됐던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의 거친 외교적 압박으로 돌연 철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곳 나치 강제수용소 기념관(Ravensbruck Memorial)에 한정화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및 일본군위안부문제대책협의회 대표가 10㎝도 안 되는 평화의 소녀상을 선물해 전시되다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주독 일본대사관 측이 브란덴부르크주 당국과 기념관을 상대로 항의하며 철거를 요구했다.
일본 측의 전방위적이고 집요한 압박으로 인해 결국 이 소녀상이 전시 작품에서 제외됐지만 다시 1년 여에 기념관이 아닌 공공장소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독일 시민들과 만나게 된 것이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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