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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화산이 가져다 준 선물, 제주도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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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백약이오름 기슭의 초지에서 방목된 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사진=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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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 사진기행-16] 해 질 녘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가로지르는 97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들어선 길. 도로 양편 갈대밭 너머로 크고 작은 오름이 줄 지어 나타났다. 차를 세우고 길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백약이오름을 향해 걸었다. 정상까지 굽이굽이 이어진 나무 계단 옆으로 들판의 소들이 익숙한 듯 지나가는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풀을 뜯고 있었다. 완만한 계단 길을 따라 15분쯤 오르자 사방으로 탁 트인 언덕에서 한적한 마을과 주변의 오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오름은 봉우리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다. 제주도 오름은 소형 화산체의 일종인 분석구(噴石丘)다. 분석구는 화산활동에 의해 발생한 암석 조각 등 화산 쇄설물이 분화구를 중심으로 쌓여 형성된 원뿔 모양의 작은 언덕을 말한다. 설문대 할망이 치마폭에 담은 흙이 떨어져 형성됐다는 전설이 있다. 화산섬인 제주도에는 360여 개의 오름이 분포한다. 제주도가 '오름의 왕국'으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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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모습. 오름 군락지인 송당 산간의 백약이오름에서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오름을 함께 볼 수 있다. /사진=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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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백약이오름이 있는 송당 산간은 오름 군락지로 근처의 다양한 오름을 함께 볼 수 있다. 해발 356.9m, 둘레 3124m의 백약이오름은 둥글넓적한 분화구를 갖춘 원뿔 모양으로 전형적인 오름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오름 정상에서는 동쪽으로 문석이오름과 동거문오름, 좌보미, 서쪽으로 개오름과 민오름, 북쪽으로 아부오름까지 보였다.

'백약이(百藥岳)오름'이란 이름은 예부터 약초가 많이 자생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 대부분 초지인 백약이오름에는 지금도 약용으로 쓰이는 복분자딸기와 쑥, 방아풀, 층층이꽃, 향유, 꿀풀, 쇠무릎, 초피나무, 인동덩굴 같은 약초가 산재해 있다. 한라산과 북한산 일대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피뿌리풀이 듬성듬성 자생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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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해 질 녘 백약이오름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 길을 오르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오름 기슭에 피어난 화초의 모습. /사진=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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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오름은 각양각색의 매력을 갖고 있다. '오름의 여왕'으로 불리는 다랑쉬오름은 산세가 가지런하고 우아한 특징을 갖고 있다. 분화구는 둘레 1.5㎞, 깊이 115m로 크고 깊은 편이다. 설문대할망이 치마로 흙을 나르면서 한 줌씩 놓은 것이 제주의 오름이고 다랑쉬오름의 분화구는 흙을 놓자 너무 두드러져서 손으로 탁 친 것이 너무 깊게 파여 이런 모양이 됐다는 전설이 있다. 아름다운 능선을 자랑하는 용눈이오름에 오르면 들판을 달리는 말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분화구의 모습이 용의 눈처럼 보인다. 지미오름에선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붉은오름에선 숲길을 걸을 수 있다.

제주도 오름은 높은 한라산에서 내려다보는 것과는 또 다른 경관 덕분에 관광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화전과 밭농사, 목축 등이 이뤄진 제주도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기도 하다. 오름에서 제주 전통가옥의 초가지붕을 만드는 데 쓰이는 띠와 새를 생산했고, 방목해 키운 소와 말이 배설한 똥을 말려 천연 연료로 썼다. 일부 오름의 기슭에는 옛 사람들이 사용했던 움막터와 화전민 거주터, 숯가마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현재도 오름은 가축을 방목해 기르거나 승마장 등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거문오름은 과거 제주 4·3 사건 당시 사람들의 도피처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해발 456m, 둘레 4551m의 거문오름은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를 형성한 모체로 제주도 오름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에 오른 곳이다. 화산활동 당시 거문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류는 북동쪽 해안까지 흘러가면서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화산 지형과 용암동굴을 형성했다. 숲이 우거진 모습이 검게 보인다는 데서 거문오름(검은 오름)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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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오름 중턱에서 내려다 본 풍경. 스마트폰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해 촬영했다. /사진=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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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이번 추석연휴 기간에 3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9월 26일부터 10월 4일까지를 특별방역 집중 관리기간으로 지정하고 고강도 코로나19 방역을 실시하기로 했다. 입도객 전원에게 방역수칙 준수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시 벌금과 함께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도 체류기간 동안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외출을 중지하고 보건소, 선별진료소 등 의료기관에 문의 후 방문해 문진을 받아야 한다.

한편 백약이오름에 대해서는 지난 8월 1일부터 2022년 7월 31일까지 2년간 정상부(약 140㎡)에 대한 출입을 전면 제한하고 있다. 방송으로 유명해진 이후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훼손된 탓이다. 현재 백약이오름의 정상 봉우리 일대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면서 초지가 벗겨져 송이층 바닥이 드러난 상태다. 이번 조치로 방문객들은 2년간 백약이오름 탐방로에만 접근할 수 있고 정상부에는 들어갈 수 없게 됐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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