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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철광석값 하락에 한숨 돌린 철강사들… 그러나 이번엔 석탄값이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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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모르고 치솟던 철광석 값이 진정세로 돌아섰다. 마른하늘에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져 철강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지만, 이번에는 철광석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제철용 원료탄(석탄)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어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철용 원료탄은 고로 안의 철광석을 녹이는 열원 역할을 하는 필수적인 원재료로, 철강재 생산 단가의 약 20~30%를 차지한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중국 칭다오항에 수입된 철광석 현물가격은 톤(t)당 113.81달러(약 13만3000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4일 기록한 최고가(톤당 130.17달러) 대비 약 12.56% 하락한 가격이다. 다음날인 24일 소폭(0.76%) 상승하긴 했으나, 한때 130달러까지 치솟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상승세는 진정됐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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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원료돔에 철광석이 쌓여있는 모습./ 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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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광석 가격은 중국이 8조2500억위안(약 1414조원) 규모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지난 5월부터 상승세를 보여 왔다. 중국정부의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로 철광석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톤당 84달러 수준이던 가격은 4개월 만에 급등해 지난 14일 한때 톤당 130.17달러를 기록했다. 철광석 가격이 130달러 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이달 중순 이후부터는 진정되는 기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철광석 생산에 차질을 빚었던 전 세계 광산기업들이 생산량을 다시 늘리고 있는 것이 철광석값 하락의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세계 최대 철광석 수출업체 중 한 곳인 브라질 발레(Vale)사는 최근 철광석 생산량을 연간 4억톤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광미댐 붕괴 사고 발생 전인 2018년 연간 철광석 생산량(3억8500만톤)보다 많은 규모다. 발레는 댐 붕괴 사고 이후 지난 6월 일부 광산 생산을 재개해 현재는 거의 모든 시설을 이전 수준으로 복구했다. 발레는 향후 생산량을 4억5000만톤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다른 기업들도 속속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광산업체인 BHP그룹의 2분기 철광석 생산량은 7600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와 비교해 오히려 7% 증가했다. 호주 에프엠지(FMG)도 올해 철광석 출하량을 지난해보다 6% 증가한 1억7800만톤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 세계 철광석의 약 71%를 수입해 ‘자원의 블랙홀’이라 불리는 중국의 철광석 재고가 계속 늘고 있는 것도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컨설팅 기관 상하이 스틸홈에 따르면 철광석 항만 재고량은 지난주 1억1900만톤으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거래량도 줄었다. 지난 23일 중국 주요 항구 철광석 거래량은 100만여톤으로 지난주 같은 시기보다 26% 감소했다. 재고가 충분하기 때문에 수입량을 조절하는 국면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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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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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철강업계는 아직 마음을 놓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원재료인 제철용 원료탄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동호주 항구로 수입된 석탄 현물가격은 톤당 133.77달러로 지난달 평균가격 대비 약 28% 급등했다.

제철용 원료탄은 통상적으로 철광석 가격과 비슷하게 움직인다.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수입을 대폭 늘리면서 제철용 원료탄 가격 또한 고공행진했다. 하지만 3분기 들어서는 수요 감소로 100달러 선까지 하락하며 안정세에 돌입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수요량이 늘어나며 재차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8월 18일 톤당 103.49달러로 저점을 찍은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지난 4일부터는 쉬지 않고 오르고 있다. 광산기업들의 생산량 증대로 가격이 하락 전환한 철광석과는 다른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업계에선 제철용 원료탄 가격 상승이 철강사들의 수익성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원재료 값 급등에 포스코(005490)현대제철(004020)등은 열연, 냉연 등 판재류 제품 중심의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전방산업인 조선업계와 자동차업계의 부진한 성적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이 내려가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하나 인하된 가격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3~6개월은 걸리기에 당장의 체감효과는 크지 않다"며 "오히려 현재 석탄 가격이 오르면서 철강사들의 부담이 크다"고 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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