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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신성약품 독감백신, 안전성보단 물백신 우려…신뢰도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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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상온 노출 시간에선 안전성 문제 크지 않을듯

정부 발표 아직 신뢰하기 어려워 지적 많아

백신 효과 없는 것도 '큰 문제'

오후 1차 신성약품 현장조사 결과 발표

이데일리

지난 22일 세종시 한 대형병원에서 독감 백신 무료접종 연기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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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정부 진화에도 불구하고 신성약품의 상온노출 독감백신 배송으로 독감백신에 대한 품질 및 안전성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알려진 사실을 전제로 문제 된 백신의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반면 효능면에서는 백신을 맞아도 효과가 없는 이른바 ‘물백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25일 “(알려진 노출 시간에서는) 백신의 단백질이 크게 변질되는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백신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어쨌든 적정온도가 유지되지 않아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당 백신이 실제 냉동차에서 벗어나 운반된 시간은 1시간, 10분 이내인 것 같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말하는 백신 상온 노출 안전기간보다 턱없이 짧아 위험한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WHO의 2012년 ‘허가된 백신의 안전성 시험 자료’를 보면 인플루엔자 사백신은 25℃에서 2∼4주, 37℃에서 24시간 안정하다고 돼 있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백신의 패키지가 깨져 (백신이) 외부에 오염되면 안전성 문제가 생기겠지만 패키지가 떨어져 깨진 거 같지는 않아 안전성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8도 이상 얼마나 노출됐느냐에 따라 항원 단백질이 변성돼 백신의 역할이 떨어지는 물백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7월 발표한 ‘백신 보관 및 수송 관리 가이드라인’은 백신 보관 적정 온도를 “일반적으로 2~8℃, 평균 5℃”로 설명하고 있다.

다만 정부 발표를 아직 신뢰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가) 말로는 한시간, 몇 분이라고 얘기하지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든 질병청이든 회사(신성약품)든 노출시간이 얼마 안 된다는 증거나 팩트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거 없이 괜찮을 거라고만 얘기하고 있다”며 “확실히 근거를 대야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0분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상황 설명이 없고 그냥 2주간 조사만 하겠다고 하니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샘플을 충분히 선정해 검사 결과를 내놔야 하며 백신 효과가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큰일”이라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22일부터 상온 노출 백신의 샘플 검사에 착수했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유통된 물량 중 온도유지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백신에 대해 우선 1차로 750도즈를 식약처에 품질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기간은 가장 길게 소요되는 무균시험 기간을 고려해 약 2주가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가 이날 오후 신성약품에 대한 1차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질병관리청, 지자체, 식약처는 23일부터 합동점검팀을 구성해 신성약품 관련 사항을 조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백신 배송 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모란 교수는 “보건소가 각 병의원에서 백신 냉장고를 잘 유지하는지는 잘 점검하고 있어 백신 보관은 잘 되고 있지만 배송에 대해서는 업체 선정에 그치고 (배송 과정의)모니터링이 안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신성약품은 의약품 도매에서 대형사인데 다른 회사는 어떻겠느냐”며 “저가입찰부터 콜드체인(저온배송)을 유지 못 한 회사 선정, 모니터링 부재 문제 등 시스템 전반을 고치지 않으면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며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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