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승현 기자 |
## 지난 22일 오후 황해남도 등산곶. 한 40대 남성이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탄 채 나타났다. 방독면을 착용한 북한군은 선박에 탄 채 이 남성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발견 6시간 뒤 상부의 지시를 받고 남성을 사살했다. 시신에는 기름을 붓고 불을 붙였다. 시신까지 태워버렸다.
이 남성은 목포 소재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8급) A씨다. 지난 21일 인천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지도 업무를 하던 대한민국의 공무원이다. 군은 그가 월북을 시도하다가 북한군에게 사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의문점은 북한군이 "어째서 무장도 안 한 민간인에게 이렇게 잔혹한 짓을 했는가"에 맞춰진다. A씨를 해상에서 6시간 동안 살려둔 것을 미뤄볼 때 정상적인 경계 메뉴얼은 아니다. 우리 군도 이번 피격 건에는 상부의 지시가 분명히 있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힌트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줬던 바 있다. 그는 지난 10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열린 화상회의에서 "중국과 국경에 북한의 특수부대가 배치됐다"라며 "그들은 무단으로 국경을 넘어 북한에 들어오는 이들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북한의 열악한 의료체계를 생각하면 사살하라는 명령이 이해가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즉, 코로나19(COVID-19)를 방어하기 위해 북한의 국경을 넘는 자들에게 '무조건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본다. 북한군 단속정이 상부 지시로 실종자에게 사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무단으로 접근하는 인원에 대해 '무조건 사격하라'는 반인륜적 행위가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 군인의 '즉각적 조치'가 아니었던 부분을 생각해봐야 한다. 코로나19 방역을 빌미로 반인륜적 행위를 했다면, 현장에서 즉극적인 조치가 이뤄졌어야 하는데, 북한 군인들은 6시간여 동안 상부의 지시를 기다린 끝에 '총살'을 단행했다. 북한 군인들도 망설였다는 의미다.
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측이 우리 국민을 사살한 사례가 없었다"라며 "우리 국경에서 이런 명령이 내려져 있는지 몰랐다"고 언급했다.
결국 남북관계를 완전히 무시한 조치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최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깨진 남북 간 우호관계가 이번 비극으로 연결됐다는 평가가 힘을 받는다. 북측이 문재인 정부와의 우호관계를 의식했다면 6시간 동안 고민한 뒤에 A씨에 대한 '총살'을 최종 결정했을리 없기 때문이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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