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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북한 연평도 피격 사건

전직 국제통 검사 "北연평도 살인, 증거 모으고 윗선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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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감청자료 통해 '윗선 지시' 규명 필요도

중앙일보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국방부에서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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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2일 밤 한국 해수부 공무원을 해상에서 살해·소각한 만행에 대해 한국 정부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중앙일보는 전직 국제통 검사와 현직 공안통 검사, 국제법 전문가와 국제법에 정통한 전직 고위 외교관에게 각각 설명을 부탁했다. 이들은 "국방부와 국정원, 해수부 등 관련 부처에서 증거를 확보해 법무부가 운영하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남겨둬야 한다"며 "살해를 지시한 윗선에 대한 규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北, 국제법과 국내법 모두 위반



2015년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된 만큼 책임자 처벌의 기회가 생길 때까지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당장의 처벌은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북한이 제네바협약 등 국제인도법에 명시된 민간인 생명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40대 해수부 공무원 이모씨는 9월 21일 연평도에서 실종됐고 22일 북한군에 의해 발견돼 사살된 뒤 불태워졌다. 다음은 이번 사태에 대한 각 전문가들의 일문일답.

■ 권순철 전 대검 국제협력단장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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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 변호사가 2017년 대검 국제협력단장 시절 몽골 공룡화석 반환식에서 반환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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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국제협력단장 출신인 권순철(51) 변호사는 검찰 내 대표적인 '국제형사통'으로 불렸다. 권 변호사에게 이번 사건을 물었다.

Q : 우리 민간인을 살해한 북한 군인 처벌은 가능한가

A : 고발이 들어오면 검찰이 배당은 할 것이다. 연평도에서 벌어졌으니 인천지검 관할이다. 하지만 피의자를 특정하기가 어려워 수사는 기소중지에서 멈출 가능성이 높다.

Q : 우리 국민이 죽었는데 손 쓸 방법이 없다는 뜻인가

A : 살해 과정이 어디까지 보고됐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국방부나 국정원에서 우리 국민을 살해한 군인이 누구에게 지시를 받았는지 감청 자료 등을 통해 확인했다면 그 자료를 남겨둬야 한다. 위성자료도 필요하면 받아야 한다. 해수부나 통일부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객관적 증거들을 모아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남겨둬야 한다.

Q : 남겨둬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A :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북한의 인권 증진을 위한 정보를 기록하고 수집하는 곳이다. 이번 살인 사건과 같이 북한의 인권 침해 사례를 모아두어야, 나중에라도 북한 책임자를 처벌할 기회가 생겼을 때 사용할 수 있다. 먼 이야기 같지만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다. 북한의 살인 사건, 납북 등 강제실종 사건과 관련한 객관적 증거를 쌓아둬야 한다.

Q :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어느 부처 주관인가

A : 추미애 장관이 있는 법무부 소관이다. 현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집중하고 있어 관련 자료를 잘 보관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이번 사태에 한해선 군과 법무부, 해수부, 통일부, 국정원 등 전 부처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제대로 된 증거를 모아두지 않으면 처벌할 기회가 생겨도 책임자를 처벌할 수가 없다.

Q : 국제형사재판소에 가는 것은 어떤가

A : 쉽지 않다. 북한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당사국도 아니고 이 살인 사건을 ICC에서 다룰 전쟁 범죄의 규모라 보기도 어렵다. 국내 헌법상 북한은 ICC 당사국인 한국의 영토에 속하지만 ICC가 이를 받아들이진 않는 것으로 안다. ICC는 재판소 당사국의 범죄만 처벌할 수 있다.

권 변호사의 주장에 익명을 요구한 현직 공안통 고위 검사도 "같은 의견"이라 답했다. 이어 "연평도 살인 사건의 경우 행위자가 특정되기 어려워 수사가 착수돼도 기소중지가 될 것"이라 말했다.

이 검사는 "미국의 경우 북한 해커를 기소하기도 하는데 그것 역시 해커의 신분을 특정할 수 있을 때"라며 "책임자의 신원이 특정되기 전까지는 관련 자료를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모아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우리 국민을 침투자로 오인해 사살했다는 정당방위 주장에 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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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앞바다에서 우리 고속정이 기동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웠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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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인권조사기록단체인 전환기정의 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박사와 국제법에 정통한 전직 고위 외교관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 신희석 전환기정의 워킹그룹(TJWG) 연구원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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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석 전환기정의 워킹그룹 연구원 [사진 신희석 제공]


신희석 연구원은 국제법상 인권조사기록과 구제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국제법 관련 분야로 연세대에서 법학 박사를 미국 하버드대에서 법학 석사를 취득했다.

Q : 북한의 연평도 민간인 총살 사건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을까

A : 북한의 해수부 어업지도 공무원 총살과 유해 화장은 세계인권선언과 자유권규약에서 보장하는 생명권과 신체의 안전 위반일 뿐만 아니라 전시에 적용되는 제네바협약과 추가의정서 등 국제인도법에 명시된 적대행위와 무관한 민간인의 생명 보호와 유해 존중 의무를 위반한 행위로 보인다.

Q :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가능한가

A : 전쟁범죄는 신병이 확보되면 국내 법원에서도 기소가 가능하다. 북한도 전쟁범죄자를 처벌할 국제법상 의무가 있는데, 예상대로 북한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우리 정부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Q : 전쟁범죄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A :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한반도에서 전쟁상태가 지속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그런데 평시라면 북한의 행위는 대한민국 국민, 공무원의 생명권과 신체의 안전 위반으로 피해자 인권과 우리 주권의 침해에 해당한다. 전투원 살상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전시 상황이 적용되더라도 적대행위와 무관한 민간인 살해는 전쟁범죄에 해당된다. 즉, 어떠한 경우에도 중대한 국제법 위반이 된다.

Q : 현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A : 우리 정부는 우리 국민, 우리 공무원이 납득할 이유 없이 냉혹하게 살해된 사건에 대하여 북한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등을 요구해야 한다. UN 등 국제무대에서의 문제 제기, 제네바협약 및 의정서 규정에 따른 국제사실조사위원회(International Fact-Finding Commission) 설치 촉구 등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할 보호 책임도 있다.



전직 고위 외교관 익명 인터뷰

Q : 북한의 우리 국민 살해를 국제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A : 우린 헌법상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매번 남북 문제에서 국제법을 적용하기가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

Q : 살해당한 공무원의 월북 시도 가능성은 북한 범죄와 관계가 있나

A : 설령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더라도 북한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변함이 없다.

Q : 태영호 의원이 주장한 국제형사재판소(ICC) 고발은 어떻게 보나

A : 이번 사건은 북한이 주도한 테러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다만 이 사건을 ICC로 끌고 갈 수 있을지는 현실을 따져봐야 한다. ICC는 당사국 국가의 만연한 반인권범죄를 처벌하는데, 이 살인 사건 한 건만을 갖고 ICC에 회부하긴 쉽지 않다. 북한은 ICC에 당사국도 아니라 ICC가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정부가 아니라 시민단체 등이 나서 북한을 고발하는 것은 외교적, 국제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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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경기 김포 캠프원에서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기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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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오후 이번 사건에 대해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리 정부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당장 책임자를 처벌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2008년 금강산에 관광을 갔다가 총격으로 사망한 고(故) 박왕자씨 사건이 떠오르는 이유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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