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건·읽는 직업
이태원에서 7년째 사는 콜롬비아 소설가 안드레스 솔라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한국을 기록한 책. 열병과도 같았던 지난봄 한국의 일상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세밀하게 전한다.
코로나19는 한국 여성을 만나 결혼하고 2013년부터 한국에 정착해 적당히 동화되고 무뎌진 그의 감각을 깨웠다. 저자는 경계에 선 이방인의 정체성과 시선을 벼려 한국 사회를 들여다본다.
우한 전세기와 교민 수용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의 시위, 신천지발 집단 감염, 청도 정신병동의 코로나19 국내 첫 사망자, 공적 마스크 구매를 위해 약국 앞에 길게 늘어선 줄, 택배량 폭증과 새벽 배송 도중 빌라 계단에서 숨진 택배 기사 등의 사건이 외국인 소설가에게 목격됐다.
'느린 호흡의 저널리즘과 에세이 사이에서 펼쳐지는 문학적 진술'이란 평을 받은 이 책은 지난 5월 스페인에서 먼저 출간됐다.
시공사. 184쪽. 1만3천원.
▲ 살아있다는 건 = 김산하 지음.
인도네시아 야생 밀림에서 긴팔원숭이를 연구했던 야생 영장류학자가 우리 주변의 작은 존재들에게 눈길을 준다.
저자는 빗속에서 잠자리 한 쌍이 기하학적 모양으로 함께 날며 짝짓기를 하는 모습,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새인 상모솔새가 추위에도 입김을 보이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 등을 묘사하며 '살아있음'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코로나19 시대에 '살아있음'을 성찰하고 있다. 인간은 바이러스를 원망하지만, 먼저 인간이 자연 세계의 일상을 빼앗고 야생동물과 '잘못된 만남'을 가졌기에 초래된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발생할 수 없는 종 간의 만남으로부터 새롭고 무시무시한 질병이 발생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 만남을 폭압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 인간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생명은 다른 생명을 위해 무언가를 할 때 비로소 살아있음을 완성할 수 있다"며 생태계는 제각기 고유한 삶의 방식이 있는 생물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여러 다른 삶과 잘 맞물려 돌아갈 때 건강히 유지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갈라파고스. 268쪽. 1만6천500원.
▲ 읽는 직업 = 이은혜 지음.
베테랑 인문 편집자가 책을 둘러싼 세계를 기록한 책이다. 14년간 꾸준히 굵직한 인문서 목록을 쌓아온 출판사인 글항아리에서 편집장을 맡은 저자는 출판과 편집에 관한 고민, 태도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편집자의 일을 실무에 기초한 매뉴얼 식으로 나열하지 않고 다양한 실제 사례를 들며 편집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저자는 출판을 지탱하는 '저자-독자-편집자'라는 삼각 구도를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펼친다. 함께 작업해온 저자들을 향한 경외, 두꺼운 책을 외면하는 독자들에게 보내는 소망, 편집자란 직업에 쏟는 무한한 열정이 책에 담겼다.
이 책은 직업으로서의 편집자는 누구인가, 출판사의 생태계는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마음산책. 232쪽. 1만4천500원.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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