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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미술의 세계

RM이 매료된 달항아리 작가가 선보이는 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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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섭, 박여숙화랑 개인전 '사발'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달항아리 작가 권대섭의 사발 작품을 선보이는 개인전이 박여숙화랑에서 22일 개막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달항아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도예가 권대섭은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이 좋아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미술 애호가인 RM이 지난해 11월 행복한 표정으로 달항아리를 안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다.

당시 권대섭 개인전이 열린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박여숙화랑을 찾은 RM은 달항아리에 매료됐고, 권대섭의 집과 작업실이 있는 경기도 광주로 찾아가 작가와 만났다. 사진 속 달항아리 작품도 샀다.

김환기, 윤형근 화백과 더불어 RM이 각별한 애정을 가진 작가로 꼽히는 권대섭의 달항아리는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그의 달항아리는 2018년 영국 런던 경매에서 추정가의 3배에 가까운 5만2천500파운드(약 7천700만원)에 낙찰됐다. 수수료를 포함하면 1억원에 육박한다.

벨기에 유명 화랑 악셀베르보르트는 권대섭 개인전을 열고 그의 작업을 유럽 컬렉터들에게 소개하는 작품집을 펴내기도 했다.

22일 박여숙화랑에서 개막한 권대섭 개인전 '사발'에서 작가가 자신의 상징과 같은 달항아리 대신 사발을 선보인다.

사발은 차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때 쓰이는 친숙한 물건이지만, 한편으로는 빼어난 예술품으로 대접받는다.

특히 다도를 즐기는 일본에서는 조선 시대 사발을 다완(茶碗)이라고 부르며 매우 귀하게 여긴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침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 도공들을 납치하고 조선백자를 쓸어갔다. 이렇게 건너간 조선 사발은 일본에서 보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달항아리로 이름을 떨쳤지만, 작가는 1970년대 후반부터 달항아리와 함께 사발도 만들어왔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달항아리 작업을 하면서 가마 사이사이 공간에 사발을 구워 모아왔다"라며 "일본에서는 사발이 국보 대접을 받는데 아직 한국에서는 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유명 작가의 사발 작품 가격은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대섭의 달항아리 작품 가격은 약 5만 달러(약 5천800만원) 정도지만, 사발은 100만~300만원 수준이다.

권대섭은 사발이 달항아리보다 더 만들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사발은 작지만 아무나 만들 수 없다. 실력과 내공이 그대로 드러난다"라며 "동양화 그리듯 한 번에 만들어야 하고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사발을 예술품으로 모셔놓을 게 아니라 매일 쓰면서 그 아름다움과 가치를 느끼길 바랐다.

권대섭은 "일본에서는 찻사발로 쓰이지만 우리는 원래 일상생활에서 매일 쓰던 것"이라며 "찻사발만이 아니라 일반 사발도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우연히 인사동에서 본 조선백자에 반해 도예가의 길로 들어섰다. 1979년부터 일본에서 5년간 도자를 배우고 한국으로 돌아와 가마를 짓고 도자 연구를 계속했다. 1995년 국내 첫 전시를 연 그의 작품은 미국 시카고 미술관, 러시아 국립박물관, 파리 기메 뮤지엄 등 세계적인 기관에도 소장돼 있다.

작가는 "옛날 것을 똑같이 만든다기보다는 우리 사발의 전통을 다시 음미하면서 새롭게 소화하려고 했다"라며 "도예를 혼자 공부했는데, 지나고 보니 눈치 보지 않고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RM에 대해서는 "내 작업에 대한 기사 등을 다 읽어보고 공부를 했더라"라며 "미술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권대섭이 수십년간 만든 사발 중 약 100점을 선보인다. 10월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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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섭 작가의 사발 [박여숙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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