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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수해 때 밀려온 폐비닐·빈병 팔아 '자체 재난지원금' 돌린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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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장 "홀로 명절 보내는 어르신들 선물"



충북 영동 구강마을, 46가구에 10만원씩 지급



중앙일보

배정완 구강마을 이장(왼쪽)이 23일 마을 주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고 있다. [사진 영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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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폐비닐과 빈 농약병 등을 팔아 모은 돈으로 자체 재난지원금을 돌린 시골 마을이 있다.

충북 영동군에 따르면 양강면 구강마을은 23일 이 마을에 주소를 둔 46가구에 10만원씩의 영동사랑상품권을 지급했다. 주민 80여 명이 사는 마을에는 70~80대 고령의 노인들이 많다. 이 중 20여 가구가 독거노인이다.

배정완 구강마을 이장은 “코로나19 여파로 홀로 명절을 보내야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마을발전기금을 풀어 재난지원금으로 쓰자고 제안했더니, 마을 임원들이 모두 찬성했다”며 “거동이 불편해 면 소재지로 나가지 못하는 어르신들께는 필요한 물품을 직접 사다 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마을은 폐비닐과 농약병 등을 팔아 마을발전기금을 조성해 왔다. 외지 생활을 하는 출향인사들이 낸 기부금도 모아왔다. 이렇게 모은 발전기금은 현재 3000여만 원 정도다. 이 기금은 마을 정비를 할 때 공사비로 쓰거나, 2년에 한 번꼴로 있는 마을여행 경비로 썼다.

배 이장은 “코로나19가 터지는 바람에 5월에 있었던 면체육행사가 취소되고, 가을에 어르신들과 떠나려 했던 여행도 못 가게 됐다”며 “발전기금을 쌓아두지 않고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한다고 말하자 주민들이 모두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 마을은 지난달 용담댐 방류로 침수 피해를 본 곳이다. 수해 복구 때 나온 폐비닐과 빈 병을 팔아 모은 돈도 자체 재난지원금에 포함됐다. 배화식 구강마을 총무는 “집합금지 명령과 지난 수해를 잘 참아준 주민들에게 감사드리며, 작은 정성이지만 평소 못 드셨던 소고기도 사드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동=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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