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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연봉 2억인데 지원자가 없어요” 충북교육청의 정신과 의사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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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증진센터 한 달째 전문의 자리 공석

몇차례 채용공고 냈지만 원서 접수 ‘0’

“연봉이 2억입니다. 그런데도 지원자가 한 명도 없어요”

충북교육청이 고민이 깊다. 충북도교육청이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만든 마음건강증진센터에서 근무할 정신과 의사를 찾고 있지만, 5차례 채용 공고에도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충북도교육청이 학생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세운 마음건강증진센터/충북도교육청


충북 교육청은 2018년 3월 학생들의 정신건강·위기학생 상담, 정신건강 관련 컨설팅 등을 위해 마음건강증진센터를 열었다. 하지만 한 달째 정원 2명의 정신과 의사 자리는 비어 있다. 교육청은 지난 9일 채용공고를 내고 15일부터 17일까지 원서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응시자는 한명도 없었다. 교육청은 재공고 절차를 거쳐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다시 원서를 받기로 했다.

애초 센터가 문을 열 당시 교육청은 전문의 2명을 배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전문의를 구하는데 애를 먹으면서 1년가량 전문의 1명을 공석으로 뒀다. 8차례 채용공고에 걸쳐 지난해 2월 전문의 2명을 모두 확보했다. 하지만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지난 1월 일을 그만뒀다. 이후 교육청은 연속 4차례 채용공고를 냈지만 끝내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명의 전문의마저 지난달 21일 퇴직했다.

교육청은 같은 정신과 의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보수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센터에 채용된 전문의 보수(세전)는 월 1100만원(경력 2년 미만)∼1300만원(경력 5년 이상) 수준이었다. 교육청이 일반 병원 등을 통해 조사한 결과 정신과 의사들의 평균 보수(세전)는 월 1700∼1900만원이 넘는다. 이에 교육청은 보수를 상향했다. 상근제의 경우 월 1700(경력 2년 미만)∼1900만원(경력 5년 이상), 시간제는 시간당 8만 1340원(경력 2년 미만)∼9만910원(경력 5년 이상)으로 책정했다. 연봉으로 계산하면 2억400만원∼2억 2800만원에 달한다.

또 일반 의사보다 근무시간이 빡빡하고 행정업무까지 맡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정신과 의사들이 지원을 하지 않는 것으로 교육청은 분석했다. 이들은 주 40시간 근무를 해야 한다. 센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요청이 있으면 여기저기 현장 상담도 다녀야 한다. 거기에다 보고서 작성, 사례관리 등 행정업무까지 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 도입한 것이 시간제 의사제도이다. 상근제보다 시간 활용 측면에서 자유롭다.

교육청은 개선된 조건을 가지고 소아청소년 전문의 학회나 신경정신과 학회 충북 의사회 등 뿐만 아니라 의사 개인 메일까지 다양 방법으로 홍보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과 의사들은 이 자리에 관심이 없다.

타 교육청에서 유사 업무 경험이 있는 지역 한 정신과 의사는 “연봉의 문제보다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한 고용형태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언제든 교육 당국 정책에 따라 센터가 없어질 수도 있고, 2년 뒤 재계약 보장도 없는데 누가 그 자리에 가려 하겠느냐”며 “그렇다고 근무 경력이 인정되는 것도 아닐 텐데 그런 위험부담을 안고 근무하려는 의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 뒤치다꺼리를 하는 듯한 근무 여건도 의사들이 가기 싫어하는 이유”라며 “정신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지역 내 학회나 협회, 정신건강센터 등과 연계하는 편이 낫겠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신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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