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국민의힘이 당 상징색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빨강과 노랑, 그리고 파랑 세 가지 색을 혼용하는 안을 놓고 당내 반발이 컸던 건데요. 국민의힘이 조금 전 의원총회를 열고 당 상징색을 관련 논의를 이어갔지만, 오늘(22일)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관련 이야기를 야당 발제에서 다뤄보겠습니다.
[기자]
[김수민/국민의힘 홍보본부장 (지난 14일) : 기존의 빨간색과 함께 색의 삼원색인 파랑과 노랑을 함께 혼용함으로써 보수와 중도, 진보를 함께 아우르는 다양성을 지닌 정당 또 사고의 확장성을 지닌 정당을 지향하고자 합니다.]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꾼 지도 벌써 20여 일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당 상징 색깔은 미정입니다. 지난 14일 앞서 들으신 대로 김수민 홍보본부장이 빨간색과 노란색 그리고 파란색을 함께 쓰는 상징색을 보고했지만 최종 확정은 여러 번 미뤄졌습니다. 엊그제 발표하려다 어제로 미뤘고 어제도 발표를 못 하고 오늘로 미룬 겁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어제) : (혹시 당색 관련해서 의견이 정리가 되셨는지요.) 그것도 곧 결정 날 테니까 염려 마시고…]
국민의힘은 조금 전 가진 의원총회에서 최종적으로 당색을 논의했는데요. 오늘도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꾸자는 의견과 현재의 분홍색을 유지하자는 의견, 자유한국당 당시의 빨간색으로 돌아가자는 의견 등이 다양하게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나저나 국민의힘이 빨강과 노랑 그리고 파랑을 함께 내놓은 이유는 뭘까요. 앞서 김수민 본부장은 "보수와 중도, 진보 함께 아우르는 다양성을 지닌 정당"을 지향한다는 의미라고 설명을 했는데요. 일각에선 "특정 색깔 하나만 쓰기에는 더 이상 쓸 만한 색이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너무 많은 정당이 너무 많이 당 색깔을 바꾸는 통에 새롭게 쓸 만한 색깔이 없다는 거죠. 당장 국민의힘이 처음 밝힌 빨강 노랑 파랑도 각각 옛 자유한국당, 정의당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입니다. 우리나라 정당들은 당명을 바꿀 때 또는 당 분위기 쇄신이 필요할 때 등등 자주 당색을 바꾸곤 하는데요. 그래서 당 색깔과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도 참 많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준비했습니다. 코너 속의 코너. 고때 고 사람들. 오늘 당 색깔 변천사. 좀 더 거창하게는 당 색깔 정치학에 대해 이야기 잠깐 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정당들이 언제부터 당 상징색을 사용했는지는 명확하진 않습니다만 일부 정당이 80년대 후반부터 비공식적으로 상징 색깔을 사용해 온 기록은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합뉴스의 1991년 3월 11일 기사를 보면 제1회 지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당시 정당 공천이 금지된 상황에서 각 정당이 자당 출신 인사들을 알리려는 여러 방안이 소개됐는데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음성대역 : 후보들의 선전벽보도 바탕색으로는 평민당 상징인 노란 색깔을 쓰지 못하게 된 선거법 규정을 피해 일부 글자를 노란색으로 통일해 표기토록 하는 등 선거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평민당 후보를 알리기 위한 각종 묘안 짜기에 부심.]
실제로 평민당이 각종 선거에서 활약을 할 때마다 평민당의 상징색인 노란색을 빗대 '황색 바람', '황색 돌풍' 이런 단어가 곧잘 사용됐다고 합니다. 13대 총선을 앞둔 1988년 4월 23일 자 중앙일보 기사입니다. 당원단합대회에 각각 참석해 황색 바람을 점화시키고 특히 24일 오후 2시 여의도에서 열리는 서울지구 대 단합대회를 통해 서울에서도 황사현상으로 돌풍을 일으킨다는 구도이다. 이런 대목입니다. 그런데 90년대 초중반까지는 당 상징색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역할을 한 건 아니었나 봅니다. 1995년 4월 3일 연합뉴스 기사입니다. 95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가 사상 처음 컬러 선거용지 도입을 추진하면서 각 정당에 상징색이 있는지 문의를 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음성대역 : 선관위는 그러나 이들 투표용지 색깔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일부 정당이 사용하는 상징색과 같은 것을 피하기 위해 고심했다. 이를 위해 각 정당에 상징색이 있는지도 문의했으나 정당 측은 당기에 사용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상징색이 없다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당 상징 색깔이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본격적으로 정치판 중심에 등장한 건 200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동안 민주자유당부터 신한국당 그리고 한나라당까지 국민의힘 전신 정당은 파란색을, 그리고 새천년민주당부터 열린우리당 그리고 통합민주당 등 현재 더불어민주당 전신 정당은 노란색과 녹색 계열을 당 상징색으로 사용했는데요. 2012년과 2013년에 크나큰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일단 2012년 초 한나라당은 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당 상징색도 교체하는데요. 그동안 써 왔던 파란색을 포기하고 아예 다른 색을 상징색으로 내세웠습니다.
[조동원/당시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 (2012년 2월 7일) : 흰색은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거고 빨간색은 잘 아시겠지만 열정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흰색과 빨간색이 저희 새누리당의 기본 컬러입니다.]
당시에는 나름 파격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민주자유당 이래로 십수 년 넘게 파란색을 써온 터라 당내에서도 논란이 일었습니다. 당시 의원총회에서는 여러 의원들이 빨간색에 거부감을 나타냈는데요. 당시 기사를 보면 "빨간색이 좌클릭과 연계돼 보수진영에서 문제를 삼을 수도 있다"는 의견부터 "내 지역구인 OO 시민들이 빨간색을 싫어한다"는 의견까지 반대 입장이 여럿 나왔다고 합니다. 빨간색이 진보정당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이경재/당시 새누리당 의원 (2012년 2월 7일) : 다만 여러 사람이 왜 하필이면 붉은색이냐 하는 부분이 나도 질문하려다가 비슷하게 나왔는데. (다른 의원 이야기는) 심상정 의원이 매번 그 색깔 가지고 점퍼를 입고 다니는데 그거 혼동하지 않겠느냐.]
그리고 2013년 민주당도 당 상징색을 바꾸게 되는데요. 새누리당 못지않은 파격이었습니다.
[김한길/당시 민주당 대표 (2013년 9월 1일) : 민주당의 상징색으로 택한 청색은 신뢰와 희망, 진취성과 미래를 상징하고, 삼각형은 민주당의 3대 핵심가치인 민주, 민생, 평화를 표현했다고 합니다. 새 마음으로 새 색깔의 옷을 입고 다시 시작하십시다.]
이후 당명이 바뀔 때마다 상징색도 조금씩 변했지만 파란색이 기본 바탕인 건 변함이 없습니다. 상징색으로 쓸 만한 색깔이 한정돼 있다 보니 각 정당이 상징색을 정할 때마다 크고 작은 잡음도 종종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지난 2월 안철수 전 의원이 신당을 만들면서 색깔 논란이 있었는데요. 신당이 상징색으로 주황색을, 오렌지색을 택하자 비슷한 색을 이미 쓰고 있던 민중당이 발끈한 겁니다.
[송영진/당시 국민당 홍보실장 (2월 12일) : 색깔도 지적 소유권이 제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색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눈을 조금 크게 뜨고 들여다보면 색깔이 다릅니다. 국민당은 오렌지색입니다.]
[이은혜/민중당 대변인 (2월 12일) : 안철수 대표 측은 '이쪽은 주황색이고 이쪽은 오렌지색이다' 그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걸 다르다고 주장하시는 안철수 대표께 초등학교 미술 수업부터 다시 듣고 오라고 해야 하는지 난감합니다.]
안철수 전 의원 측은 당시에 "민중당의 색깔보다 조금 더 비비드하다"는 설명까지 내놓았었죠. 비비드한, 그러니까 선명한 오렌지색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원색을 벗어난 다양한 색이 상징색으로 사용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각 당이 색깔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인식할 정도로 이제 상징색은 정치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색깔이 등장할까요. 궁금합니다.
그리고 짧게 이 소식도 잠깐 전하고 갑니다. 정부 여당이 적극 추진 중인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을 놓고 정치권이 뜨겁습니다. 해당 법안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법안 통과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인데요. 해당 법안에 반대 입장인 재계는 비상입니다. 오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국회를 찾았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잇달아 만났는데요. 관련 내용은 들어가서 좀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일단 오늘 발제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국민의힘 상징색 고심 거듭…빨·노·파 3색 가나 >
고석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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