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 위기 경기방어 역할 하지만 코로나는 예외"
대면·해외소비 감소, 하방요인…고소득층 대체소비 기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 소상공인들이 입은 피해가 1차 확산 때보다 컸다는 한국은행 조사국의 분석이 나왔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영업제한이 확대됐고, 이에 수도권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30% 넘게 하락하면서다.
과거 경제위기 당시 민간소비는 경제 충격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지만 코로나 사태는 예외다. 숙박·음식, 스포츠·여가 등 대면서비스는 7월까지 연초 하락폭의 45% 회복하는데 그쳤고, 민간소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국외소비가 대폭 줄어 코로나19 진정 이후에도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대체소비의 확대가 그나마 민간소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로 지목됐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최근 소비동향 점검 및 향후 리스크 요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한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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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소상공인, 재확산 직격탄…매출 31% ↓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22일 '최근 소비동향 점검 및 향후 리스크 요인'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소상공인 매출액은 영업제한이 상대적으로 컸던 수도권의 경우 9월 들어 매출액이 1차 확산기에 비해 더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이상 나오기 시작한 8월 둘째 주 이후 서서히 하락하던 수도권 소상공인 매출은 9월 첫주에 전년동기대비 31.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차 확산기 당시 매출 하락폭이 가장 컸던 2월 넷째주(-25.2%)를 훌쩍 뛰어 넘은 것이다.
김 국장은 "2차 확산으로 영업제한이 있었던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상공인의 타격이 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됐던 8월말 이후 매출액이 감소했는데 그 폭은 1차보다 훨씬 컸다"고 했다.
전국 기준으로 본 소상공인 피해도 1차 확산 당시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9월 첫째주 전국 소상공인 매출은 24.9% 감소해 2월 넷째주(-28.9%)에 소폭 못 미치는 수준으로 집계됐다. 소상공인의 41%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만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재확산되면서 소상공인의 피해 또한 수도권에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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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소비, 성장률 하락 주도해… 대면서비스 회복 난망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충격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민간소비가 성장세 끌어내리는 영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등 과거 위기국면에서 민간소비가 국내총생산(GDP)보다 덜 감소하면서 성장 충격의 완충 역할을 했지만 코로나 사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충격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GDP는 2분기 만에 12.3% 감소해, 글로벌 금융위기(-4.2%)를 넘어섰다.
김 국장은 "코로나 사태에는 소비감소가 경기 위축을 주도하고 있다"며 "감염병이 발생으로 이동제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민간소비 둔화되고 경기침체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2차 확산 이후 전체 소비가 다시 둔화되면서 마이너스(-)로 전환됐지만 그 감소폭은 1차 확산기에 비해 작았다. 한은이 자체 모니터링한 카드사용액을 보면 9월 첫째주에 전년동기대비 8.7% 감소하는데 그쳤다. 1차 확산기였던 3월 첫째주에는 15.6%나 줄어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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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대면서비스의 경우에는 1차 확산기 수준의 감소폭을 보였다. 음식점·주점 소비는 -31.4%, 스포츠·레저는 -41.0%를 기록했다. 1차 확산기 당시에는 각각 -38.2%, -41.0%의 감소폭을 나타냈었다. 재화소비가 온라인 소비를 중심으로 둔화폭이 제한된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대면서비스 소비 둔화를 향후 소비회복의 위협요인 중 하나로 진단했다. 8월까지 연초대비 하락폭의 45% 수준으로 회복하는데 그쳤던 대면서비스는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다시 감소하고 있어서다. 대면서비스는 대외활동 제한이 가장 큰 제약요인인데다, 소비심리 악화에 큰 영향을 받아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韓 해외소비 비중 커… "민간소비 회복세 더딜수도"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끊기면서 해외여행이 급감한 것도 민간소비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국에 비해 민간소비에서 국외소비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민간소비 대비 국외소비 비중은 우리나라가 3.9%로, 미국(1.5%), 일본(0.6%) 등이 비해 훨씬 높다.
민간소비에 대한 국외소비의 기여도는 1분기 -1.1%포인트(P), 2분기 -2.8%P로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다. 내국인 출국자수가 1분기 전년동기대비 52.9% 줄어든데 이어 2분기 98.4% 감소한 결과다. 2분기 일반여행과 유학연수 지급(국제수지 기준)은 각각 76.3%, 38.1% 줄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로 여행 시작시점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늦춰지는 모습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6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진정 후 여행 시작시점을 묻는 질문에 '6개월 이내'가 36%, '1~2개월 후'가 33%로 나타났다. 4월에 조사했을 때는 '1~2개월후'가 46%로 가장 높았었지만 두 달 만에 인식이 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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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소비 나선 고소득층… 車·가전 소비 늘어나
비대면 수요를 반영한 대체소비는 민간소비 회복에 기여할 만한 요소로 지목된다. 대면서비스·해외여행 위축으로 인한 민간소비 감소를 방어해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교육,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컴퓨터, 가전, 가구 등에 대한 소비는 확대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대체소비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분기 중 소득 5분위 계층의 자동차, 가전 지출이 대폭 확대됐는데, 이는 대면서비스 지출 감소와 비등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영란은행, 캐나다 중앙은행 등은 고소득층 중심의 비자발적 저축증대(involuntary savings)를 향후 민간소비의 상방요인으로 평가했다.
김 국장은 "민간소비 회복세는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전망한다"며 "앞으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대면활동 기피현상이 지속될 경우 소비행태를 변화시키고 산업구조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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