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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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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자체 재난지원금 `올인`에…미세먼지 예산 `찬밥`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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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수년간 봄마다 국민들을 괴롭히던 미세먼지에 지자체는 예산을 따내기 위해 혈안이었다. 한데, 올 한해 코로나19와 많은 강수량으로 인해 미세먼지가 '반짝' 개선되자 지자체가 예산 확보에 뒷전인 모습이 확인됐다.

16일 환경부에 따르면 8월말 기준으로 지자체 미세먼지 관련 사업 예산 매칭률이 100%에 달했던 예년과 달리 50%이하로 떨어진 곳이 속출하고 있다. 미세먼지 정책 중 '매칭사업'은 중앙정부의 국고보조금에 지자체가 일정 비율 의무적으로 지방비를 보태야 사업집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자체가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등에만 예산을 배분하고 '덜' 급하다고 판단한 미세먼지 예산은 확보하지 않자 매칭률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각 지자체에 배정되지 못하고 남는 예산은 올 한해가 지나면 모두 불용 처리된다.

대표적으로 가정용 친환경보일러 지원사업의 경우 국비 60% 지방비 40% 비율로 운영되는데, 지방비를 절반도 매칭하지 않은 지자체도 많다. 서울시는 35.6%, 대전광역시는 34.0%, 강원도는 36.9%, 전라남도는 45.7% 매칭률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서울을 제외하고는 100% 매칭됐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의 핵심인 전기자동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 지원 사업도 실적이 저조하다. 대구광역시는 48.8%, 제주특별자치도는 36.7%, 세종특별자치시도는 25.1%의 지방비 매칭률을 보였다. 수소연료전지차보급사업 역시 광주광역시는 45.7%, 세종특별자치시는 33.1%, 대구광역시 57.6%, 충청남도는 55.8%의 매칭률을 기록했다.

지방비 매칭률이 뚝 떨어진 이유는 지자체가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등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유독 미세먼지가 좋아 위기감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8월까지 전년 동기간 대비 미세먼지 '좋음' 일수는 63일에서 93일로 48% 증가했고, 나쁨일수는 41일에서 15일로 63%나 감소했다. 국민들의 체감 미세먼지에 영향을 주는 고농도 일수 역시 12일에서 1일로 92%나 줄었다.

하지만 이같은 미세먼지 개선은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게 환경부의 평가다.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 측은 올해 미세먼지가 개선된 건 △국내 배출 감축 정책효과 △기상 영향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외 사회·경제적 활동 감소의 복합적인 작용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기상상황이 미세먼지 개선에 우호적이었다. 올해 8월까지와 작년 동기간을 비교해 보면, 강수일수가 작년 67일에서 80일로 늘어난 데다 동풍일수도 43일에서 51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반도에 풍속이 감소하고 대기정체일수가 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이 많아졌는데 올해는 대기 상황이 미세먼지 개선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작용한 것이다.

한편, 미세먼지 예산은 매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18년 8000억원에서 2019년 1조 9000억원 2020년에 2조 3000억원 내년에도 정부는 2조 90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지자체의 지방비 확보와 집행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예산은 '빛좋은 개살구'가 될 뿐이다.

환경부 측은 "올해는 이례적으로 유리한 기상 상황이 이어져 미세먼지가 획기적으로 개선됐지만, 이는 기상 여건과 같은 외부영향에 따라 언제든지 과거 사례처럼 잿빛 하늘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최선의 대응책은 국내 정책효과를 지속적으로 제고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것인 만큼 최근의 양호한 상황만 생각해 방심해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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