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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탈리아, 7번이나 실패한 '의원 감축' 이번엔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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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국민투표 이틀간 실시
상ㆍ하원 각각 36% 감축 추진
여론조사선 찬성의견 많아
한국일보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20일 로마의 한 투표소에서 의원 정원 축소 관련한 개헌 국민투표를 하고 있다. 로마=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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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의원 수 감축을 위한 국민투표 절차에 착수했다. 저효율ㆍ고비용의 대명사인 의회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취지인데, 지난 37년간 번번이 정원 축소에 실패한 전력이 있어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라레부플리카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이날부터 이틀 동안 7개주(州) 동시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에 돌입했다. 원래 3월 29일 실시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나라 전역을 덮치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최대 선거 쟁점은 의회 상ㆍ하원 의석 규모를 축소하는 데 성공하느냐이다. 정원 감축은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과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을 구성하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2018년 총선 공약으로 지난해 압도적 지지로 상ㆍ하원을 통과했지만 개헌을 위해서는 국민투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가결되면 상원의원 수는 기존 315명에서 200명으로, 하원의원 수는 기존 630명에서 400명으로 줄어 든다. 각각 36%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탈리아에서는 1983년 이후 37년 동안 총 7차례 의원 수 감축 시도가 있었으나 단 한 번도 개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가장 최근인 2016년 마테오 렌치 총리 시절에는 당시 집권당이던 민주당이 상원의원 수를 100명으로 줄이고 입법권을 하원에 집중시키는, 사실상의 단원제 도입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59%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내각이 총사퇴하는 등 거센 후폭풍에 시달렸다.

의회 몸집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정치권에 쓰이는 세금이 너무 많다는 이유를 댄다. 개헌을 주도한 오성운동은 발의안대로 의원 수가 감소하면 의회 임기 5년을 기준으로 5억유로(6,889억원)의 세금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실제로 이탈리아 의원 수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과다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탈리아 국민 10만명당 국회의원 수는 1.5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97명)은 물론, 유럽연합(EU) 주요국인 독일(0.80명), 프랑스(1.48명), 스페인(1.32명)보다 많다. 한국(0.58명)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이번 개헌안이 통과될 경우 수치는 1.0명대로 떨어지게 된다.

반대파는 의원 수 감축이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의원 1인이 대표하는 국민 수가 많아질수록 민의가 반영될 기회가 그만큼 사라진다는 것이다. 녹색당과 같은 소수정당의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단순히 의원 정원을 줄이기보다는 양원체제를 개혁하는 것이 고비용 정치문화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일단 현재까지 여론 추이는 대체로 찬성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달 들어 실시된 3차례 여론조사에서 의원 수 감축 찬성 비율은 응답자 전체 대비 최소 51.3%에서 최대 70%로 집계됐다. 이 중 무응답자를 제외하면 모두 찬성 비율이 70%가 넘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투표율이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최종 결과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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