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틱톡-오라클 협상에 “환상적 거래 될 것”
‘공화당 텃밭’ 텍사스에 본사 두고 2만5000명 고용
트럼프 대통령의 틱톡 흔들기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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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중국 때리기’에 몰두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을 45일 앞둔 시점에서 미국 유권자들에게 홍보할만한 성과를 하나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가 미국 오라클·월마트와 미국 내 틱톡 서비스를 운영할 새로운 회사를 세우는 안에 대해 “그들이 이 거래를 성사시킨다면 좋은 일이다”라며 “개념적으로 이 거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미국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중국 정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수만 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 중국 정부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만큼 변수는 남아 있는 상태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이 미국 내 사용자들의 정보를 빼돌려 중국정부에 넘기고 있다며 국가 안보를 위해 미국 국민의 틱톡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내에서 사업을 계속하려면 틱톡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라고 요구해 왔다.
지난 18일 미 상무부는 20일부터 미국 앱 플랫폼에서 틱톡의 신규 다운로드를 금지하고 11월 12일부터는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과 오라클 등의 합의를 승인하겠다고 밝히면서 상무부는 금지 조치를 일단 일주일 연기했다.
틱톡은 글로벌 사업 중 미국 사업부문을 떼어내 미국에 본사를 둔 새로운 회사 ‘틱톡글로벌’을 둔다. 여기서 오라클이 틱톡 미국인 사용자의 데이터를 관리·저장하며 보안 책임을 맡는다. 미국 기업이 데이터 감시에 나서며 그간 제기된 국가안보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미 행정부의 승인을 받은 인물이 틱톡글로벌의 보안위원회를 이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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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2만5000개, 접전지 텍사스에서 변수 되나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따르면 틱톡글로벌은 공화당 텃밭인 미국 텍사스주에 본사를 둔다. 텍사스주는 1976년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들이 승리를 거둔 적이 없는 곳이지만 최근 민주당의 약진으로 경합주로 부상했다. 정치전문매체 파이브서티에잇에 따르면 18일 기준 텍사스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은 46.4%로, 지지율 47.6%의 트럼프 대통령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글로벌이 “적어도 2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예정”이라며 “소셜미디어 기업 중 미국 최대의 고용주가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또한 틱톡이 미국에 청년교육기금 50억달러(약 5조8175억원)를 내놓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바이든 후보와 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텍사스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게 된 만큼 대선정국에 유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성명서를 통해 50억달러 교육기금에 대해서는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들었다며 반박했다.
틱톡글로벌 지분의 53%는 미국 투자자들이 가져간다. 오라클과 월마트가 보유한 20%의 지분과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에 대한 기존 미국 투자자들의 지분을 포함한 수치다. 또한 틱톡 이사회 5명을 모두 미국 시민들로만 구성할 예정이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가 이사 중 한 명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최고경영자(CEO)도 미국인으로 둘 예정이라 틱톡 경영에 미국이 개입할 여지가 생겼다.
틱톡글로벌은 미국증시 상장을 통해 미국인 지분을 늘려갈 계획이다.
협상에 참여한 월마트는 “우리는 미국 시민들에게 더 많은 소유권을 가져다주기 위해 내년 안으로 미국에서 틱톡글로벌의 기업공개(IPO)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틱톡글로벌 가치는 50억달러로 평가된다.
트럼프 마음 사로잡은 오라클…남은 과제는 中 정부 승인
협상에 참여한 오라클의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 회장은 실리콘밸리에서 보기 드문 트럼프 지지자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재선을 위해 기금을 모금한 적도 있다. 또한 사프라 카츠 오라클 CEO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합류하는 등 친분이 깊다. 오라클이 틱톡의 유력한 인수 대상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틱톡의 미국 내 사업 재편 방안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관문이 있다. 중국 정부의 승인 단계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은 첨단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해외에 매각하려면 중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법을 만들었다. 틱톡의 미국 인수를 막기 위해서다.
반격의 여지도 남아있다. 중국 상무부는 공교롭게 ‘블랙리스트’를 의미하는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에 대한 규정을 19일 발표했다. 상무부는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해치는 외국 실체를 대상으로 한다”며 ‘실체’는 외국 기업과 기타 조직, 개인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틱톡글로벌에 대한 미국 투자자들의 지분 확보가 늘긴 했지만 여전히 중국 기업의 지배력이 크다는 점도 향후 논란이 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오라클과 월마트는 틱톡의 모든 기술이 틱톡글로벌의 손 안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지만 직접적인 다수의 소유권과 지배력은 중국 그룹에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번 협상에서 틱톡 성공의 핵심 요소인 알고리즘은 거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틱톡에서 사용자들에게 어떤 비디오를 추천할 것인지 노출시키는 알고리즘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이 틱톡을 인수하면서 사용자 정보에 대한 감시권한을 갖게 됐다고 단언한 것과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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